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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위기는 어디서 비롯됐나, 장영신 채형석 채동석 가족경영의 그림자
장영신 회장(앞줄 가운데)이 2005년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뒷줄의 남성 4명은 왼쪽부터 차례로 장남 채형석 부회장, 3남 채승석 사장, 차남 채동석 부회장, 사위 안용찬 부회장. <애경그룹> [씨저널] 애경그룹이 창사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328.7%까지 치솟았으며 유동성 공급을 위해 그룹 모태기업인 애경산업의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lsqu
장영신 '피땀눈물' 어린 애경산업 매각, 채형석은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애경그룹의 뿌리는 애경산업이다. 애경그룹이 최근 그런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뿌리깊은 나무는 어떤 세찬 비바람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세종대왕이 조선 왕가의 조상들을 기리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 제 2장의 첫 구절이다. 그리고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애경그룹 60주년 기념사에서 인용한 구절이기도 하다. 애경그룹의 '뿌리'는 애경산업이다. 장영신 회장이 전업주부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해 직접 키워낸 기업이며, 애경그룹 전체의 모태이기도 하다. 항공업도, 유통업도 모두 이 애경산업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애경그룹은 최근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룹의 뿌리를 잘라내 파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 장영신과 사실상 '한몸'인 애경산업, 애경그룹 모태가 되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 오너 일가의 여러 경영자 가운데서도 특히 장 회장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애경산업의 전신은 애경그룹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설립한 '대륭산업'이다. 1966년 주방세제 '트리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장 회장은 애경그룹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이 1970년 갑작스럽게 타계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장 회장은 아내로서의 의리, 그리고 애경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주부였던 장 회장이 기업의 경영자로 변신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애경그룹은 생활용품 생산 사업과 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했는데, 1973년 제 1차 석유파동, 그리고 1979년 제 2차 석유파동 등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는다. 이 때 장 회장의 승부수가 바로 '애경산업'의 설립이었다. 장 회장은 1984년 영국의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와 합작법인 애경산업을 세운 뒤 애경유지공업(옛 대륭산업)의 생활용품 부문을 인수한다. 애경산업은 자체적으로 생활용품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유니레버의 한국 판매용 화장품을 생산하면서 유니레버의 기술력을 흡수했고, 결국 애경산업은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이라는 현재 애경산업의 양대 축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애경산업의 부문별 매출은 생활용품 4603억 원, 화장품 3323억 원 정도로 매출 비중은 약 1.38:1이다. 이후 애경산업의 '2080치약', '케라시스' 등 대표 브랜드들이 대중화되면서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장 회장은 이후에도 애경백화점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복합쇼핑몰 'AK플라자'등도 선보이며 유통 업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2005년에는 제주항공까지 설립하면서 그룹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야말로 애경산업이 애경그룹 모든 사업들의 모태가 된 셈이다. 단순히 뿌리로서 의미뿐 아니라 애경산업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도 오랫동안 톡톡히 해왔다. 특히 그룹의 또다른 한 축이었던 제주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는 동안 애경산업은 각각 영업흑자 606억 원, 224억 원, 244억 원, 390억 원을 내면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탱하기도 했다. ◆ 애경그룹은 왜 애경산업 팔까, 유동성 위기의 한가운데서 '팔릴만한' 계열사 이런 애경산업을 애경그룹이 팔겠다고 나선 이유는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진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유통사업을 맡고 있는 에이케이플라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애경산업과 애경유화만이 꾸준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흑자 규모는 수백억 원 수준으로 크지 못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주회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022년 294.6%, 2023년 310.7%, 2024년 말 328.7%로 계속 증가했다. 적자를 탈출한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무한경쟁과 통폐합 속에서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고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애경유화 역시 글로벌 화학 시황 둔화라는 위기 속에 놓여있다. 그룹이 어려울 때 '알짜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실한 기업은 애초에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애경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매각대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애경산업이다. 크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영업흑자를 내면서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비교적 재무 구조가 건전하고 화장품·생활용품이라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탄탄해 좋은 값에 팔릴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1972년 애경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할 무렵의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애경그룹> ◆ 채형석은 어떻게 장영신 설득했을까, '상징보다 생존' 문제는 애경산업이 그룹의 모태일 뿐 아니라 장영신 회장의 애착이 가장 큰 회사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애경산업 매각이라는 커다란 결정을 끌어낸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채 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1936년생, 올해로 90세를 맞은 장영신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 내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셈이다. 채 부회장은 유통산업의 침체, 항공산업의 고비용 구조, 화학 부문의 시황 둔화라는 '퍼펙트 스톰' 속에서 그룹의 생존을 위한 해법으로 애경산업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의 매각은 애경그룹이 과거의 '생활용품 기업'에서 항공사업과 화학사업 중심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그룹의 '대전환'은 채 부회장이 장 회장을 설득하는 가장 큰 무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애경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가장 핵심적 기업"이라며 "그런 회사를 정리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상징적 결정인 동시에 절박한 선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채형석 꿈꾸는 애경그룹의 항공으로 대전환, 덩치 키우다 몰락한 팬암의 교훈
4년 내 1천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던 제주항공은 한 해에 거의 2조 원의 매출을 내는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로 자리를 잡았다. 제주항공이 최근 저비용항공사 업계의 합종연횡으로 경쟁사들의 추격에 직면해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300억 원과 1조9358억 원. 제주항공의 취항 첫해인 2006년 목표 매출과 2024년 매출이다. 4년 내 1천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던 제주항공은 한 해에 거의 2조 원의 매출을 내는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런 제주항공의 성장에 발맞춰 애경그룹은 '생활'에서 '항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형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의 체질을 제조업과 소매업 중심에서 항공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산업은 장영신 회장이 손수 일군 생활용품 기업이자, 그룹의 모태라 불리는 핵심 계열사다. 그런 회사를 내려놓는다는 선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룹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 '생활'을 정리하고 '항공'에 베팅한 채형석 애경산업은 오랫동안 그룹의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세제·화장품·생활용품이라는 '필수재' 위주의 사업구조는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받았으며 유통업을 담당하고 있는 AK플라자와 함께 애경그룹의 정체성을 소비자와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는 '생활 기업'으로 규정짓는 데 큰 지분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애경그룹이 유통산업의 침체, 항공산업의 고비용 구조, 화학 부문의 시황 둔화라는 악재 속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형석 부회장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채 부회장은 기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애경산업을 지키면서 위기를 조금씩 헤쳐나가느냐, 혹은 애경산업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단숨에 위기를 탈출한 뒤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키느냐의 두가지 길 중에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애경산업의 매각이 완료되면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애경그룹의 투자와 전략적 자원이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애경산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항공업계 인수전, 혹은 기단 확대의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제주항공, '덩치 경쟁'의 한가운데에 서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지금 대격변의 한가운데에 있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의 합병으로 초대형 LCC가 출현을 앞두고 있으며,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결합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LCC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항공으로서는 단숨에 '덩치'에서 밀릴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항공업 특성상 기재 운영, 슬롯 확보, 인력 구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만큼, 경쟁사 대비 몸집이 작아지면 비용 구조와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도 2023년 7월 임직원 메시지에서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항공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팬암이 남긴 교훈, 덩치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덩치 키우기'가 항공사 사이의 경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단의 확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반드시 항공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팬아메리칸항공(팬암)의 몰락은 무리한 확장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팬암은 미국 항공산업의 선구자이자 1900년대 중반 미국의 하늘길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항공사다. 전성기에는 맥도날드에 비견될 정도로 세계적 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하고 다시 흑자가 나기 시작하자 팬암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견제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1980년 내셔널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팬암을 몰락의 길로 이끌고 말았다. 팬암의 덩치는 순식간에 커졌지만 이미 1970년대 위기를 헤쳐왔던 팬암은 커진 덩치에 따른 막대한 고정비 지출과 수익성 악화를 견딜 수 없었다. 결국 팬암은 이때 받은 타격을 끝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1991년 12월4일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파산하고 말았다. 팬암의 사례가 특히 의미있는 것은 1980년 팬암의 상황과 현재 제주항공의 상황이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팬암이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연속 적자를 냈고 1970년 후반부터 겨우 흑자를 회복한 것처럼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가 2023년부터 흑자로 다시 돌아섰다. 또한 팬암이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던 것처럼 제주항공 역시 LCC 업계의 합종연횡에 쫓기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시아나항공에서 전략기획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이자 항공기획전문가로 항공업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신중하고 실용적 경영 스타일의 소유자다. <그래픽 씨저널> ◆ 항공 중심의 전환, 제주항공이 짊어진 그룹의 미래 채형석은 애경그룹의 '대전환'을 통해 제주항공의 어깨 위에 그룹을 올리려 하고 있다. 과거 그룹 전체의 기둥 역할을 했던 애경산업을 정리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항공이 새로운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애경그룹 전체의 존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노재팬 운동 등에서 보듯이 항공업은 특성상 외부 변수에 크게 휘둘리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 환율, 안전 문제, 노선 경쟁, 국제 정세 등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인수합병이나 투자 확대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제주항공 역시 무리한 인수와 확장보다는, 재무 건전성과 시너지 가능성을 따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 수장을 맡고 있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이력도 주목된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전략기획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이자 항공기획전문가로 항공업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신중하고 실용적 경영 스타일의 소유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한정승인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나온 회사를 나왔던 만큼, 재무적 부담이 회사를 어떻게 망가트릴 수 있는지와 관련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은 채형석 부회장이 항공업에 '올인'하겠다는 신호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기둥이었던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은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안정적 사업구조를 보여줬던 애경산업을 대신해 제주항공이 그룹의 기둥 역할을 하려면 확장과 내실이라는 두 축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쿠팡 연매출 40조 만든 김범석의 양 날개, 법조인 출신 강한승과 창업공신 박대준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왼쪽 두번째)가 2024년 8월25일 '핵서울2024'행사에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쿠팡> [씨저널] 2024년 매출 41조2901억 원, 영업이익 6023억 원. 처음으로 '로켓배송'을 들고 나왔을 때에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계획한 적자'라고 설명했을 때에도 쿠팡은 끊임없이 성공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쿠팡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쿠팡 성장의 중심에는 당연하게도 창업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만큼이나 중요하게 거론되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김 의장이 실무를 내려놓은 2020년 말부터 쿠팡을 이끌고 있는 두 대표이사, 강한승 대표와 박대준 대표다. ◆ 쿠팡 운영의 '기둥' 강한승, 내실과 시스템으로 외형을 뒷받침하다 강한승 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쿠팡에 합류했다. 쿠팡이 법률적 이슈에 직면했을 때 김앤장에서 해당 사건을 맡았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강 대표는 쿠팡의 기업 운영 전반을 시스템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인사·노무·재무·법무 등 각 기능 부문의 정비를 통해 쿠팡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조로 체질을 바꿨다. 그의 주도 아래 쿠팡은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는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강한승 대표는 '경청 리더십'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본인이 사업의 전문가가 아니라 법률의 전문가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주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현장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조직 안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며 답을 찾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24년차 '쿠팡맨' 박대준, 쿠팡이츠·쿠팡플레이의 설계자 박대준 대표는 사실상 김범석 의장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 NHN을 거쳐 쿠팡 창립 초기부터 합류했으며, 소셜커머스 플랫폼이었던 쿠팡이 초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김 의장과 함께 이끈 핵심 멤버다. 박 대표의 강점은 빠른 실행력과 시장 감각이다. 그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쿠팡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설계하고 추진한 인물이다. 박 대표의 구상을 통해 쿠팡은 '배송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배달, 콘텐츠 등 생활 전반을 어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박 대표의 전략은 쿠팡의 핵심 유료 서비스 '로켓와우'의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배달·콘텐츠·마케팅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전략이 소비자의 락인 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4년 8월 와우멤버십 구독료를 월 4990원에서 월 789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한쪽에서는 구독료 인상이 유료 회원 이탈의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인상 이후 유료 회원의 이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대표의 '락인'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쪽에서는 강 대표가 말하는 "현장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전문가"가 박 대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장 중심의 전략가로서 실무와 경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왼쪽 두번째)가 2022년 12월14일 경상남도와 쿠팡의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확대 업무협약식에서 박완수 경상남도 도지사(오른쪽 두번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 ◆ 확장과 내실의 조화, 두 사람의 리더십은 쿠팡 시즌2 어디로 끌고 갈까 쿠팡은 현재 '시즌2'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네이버와 양분하면서 시즌1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상황에서,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 확대가 다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문제와 사회적 책임, 수익성 기반의 신사업 구조 정비 등 국내에도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강 대표와 박 대표의 쿠팡 각자대표이사 임기는 2026년 11월까지다. 두 사람의 연임 가능성을 현재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쿠팡의 다음 10년도 두 사람이 끌고 갈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쿠팡의 다음 10년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는 주어져 있는 셈이다. 법률가, 경영전문가인 두 사람이 쿠팡의 시즌2를 어디로 이끌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쿠팡 성장의 아킬레스건 '노동문제', 김범석 근본적 변화 없으면 글로벌도 없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지휘 아래, 쿠팡은 커머스뿐 아니라 배달(쿠팡이츠), 콘텐츠(쿠팡플레이)로 쿠팡의 사업 외연을 넓히며 종합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쿠팡은 여전히 '노동 문제'라는 과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사업현장 82곳 가운데 41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 적발, 4건의 사법처리, 53건의 과태료 부과 처분, 34건의 시정조치.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14일 발표한 쿠팡CLS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발표 내용이다. 쿠팡은 2024년 기준 연매출 4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40조 시대'를 열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커머스뿐 아니라 배달(쿠팡이츠), 콘텐츠(쿠팡플레이)로 쿠팡의 사업 외연을 넓히며 종합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쿠팡은 여전히 풀지 못한 한가지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노동 문제'다. ◆ 반복되는 노동 문제, 해묵은 이슈 아닌 현재진행형 2020년부터 이어진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은 2024년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2021년 쿠팡 이천물류센터 화재 당시 안전불감증 논란,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 물류센터 직원 및 쿠팡맨 과로 논란 등 쿠팡의 노동 문제는 지속적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쿠팡은 일부 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일부 건에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내부 조치를 실시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노동환경을 둘러싼 사회적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사실상 쿠팡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쿠팡은 2020년 이후 매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단골 손님'으로 불려나오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엄성환 당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부사장이, 2022년에는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법무부문 대표가, 2023년에는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2024년에는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와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글로벌 진출 가속화, 그러나 '노동 문제'가 발목 잡을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대만에 두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을 대만에 이식해 나가고 있다. 한차례 진출에 실패했던 일본 시장 역시 '쿠팡이츠'를 내세워 재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쿠팡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될수록 국내에서 여러차례 비판받아온 쿠팡의 노동 문제가 국제적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현재 쿠팡이 진출해있는 대만은 1992년 한국-대만 단교 사태 등으로 반한감정이 극심했던 나라다. TSMC-삼성전자의 라이벌 관계, 중화사상 등을 기반으로 한국에 대한 경쟁의식이 강한 국가이기도 하다. 만약 국내에서 발생했던 쿠팡의 노동 관련 문제가 대만에서도 이어진다면 이를 계기로 대만에서 반한감정이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쿠팡의 잠재적 진출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북미·유럽 지역처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식민 지배와 자원 수탈의 경험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인 만큼 외국계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와 비판의 강도는 제도적 제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지 소비자 정서 악화, 정치권의 압박, 현지화 실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1월2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 관련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쿠팡의 고용구조, 장점이 많은 만큼 책임도 크다 쿠팡은 플랫폼 기업인 동시에 물류 기업이며, 물류 기업 중에서도 특이하게 '직영'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다.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외주화하지 않고 자체 고용하는 쿠팡의 구조는 빠른 의사결정, 노동자의 복지 보장이나 인력 관리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전적으로 기업에 집중된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쿠팡의 인력 고용 형태가 주로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이기 때문에 쿠팡의 노동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소비자들의 수도 많고, 이는 쿠팡의 노동 문제가 소비자 차원의 이미지 하락과 직결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물류센터 건설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진출 대상 국가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환영받는다"며 "하지만 산업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현지 기업들보다 더 강력한 제재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김범석 쿠팡 연매출 40조도 배고프다, 해외진출 해답이 '대만'인 이유는 뭘까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4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김 의장의 눈은 이제 '글로벌'을 향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CBEC(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성숙기에 접어든 이커머스 시장의 현주소와 도전 과제'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다시 한 번 국내 유통업계의 기록을 새로 썼다. 2024년 기준 연매출 4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40조 시대'를 연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6천억 원을 넘기면서 '규모 있는 성장'에 더해 '수익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사업뿐 아니라,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콘텐츠) 등 사업 다각화도 본격 궤도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의장의 시선은 '한계'에 향해 있다. '왜 쿠팡은 확장을 멈추지 않는가'라는 질문 뒤에는, 한국 내수시장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대한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 한국에서 잘나가도 불안한 이유, '내수 시장의 한계' 쿠팡의 핵심은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사업이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른 배송과 직관적 사용자 경험을 앞세워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모바일 결제 등에 대한 수요와 인프라도 갖춰져있다. 이런 한국 시장의 특수성은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인구 5천만 명 수준의 제한된 시장 규모,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경쟁 구조는 쿠팡의 장기적 성장에 커다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역시 로켓와우 회원 유지를 위한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쿠팡의 본질이 이커머스인 이상, 내수만으로는 장기적 확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 글로벌 확장의 기반은 대만, 성과도 가시권 들어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범석 의장은 가장 처음 일본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범적으로 시작한 이른바 '퀵커머스' 모델은 편의점 위주 소비 습관이 정착돼있는 일본에서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고, 결국 쿠팡은 일본 시장 진출 2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일본 다음으로 김범석 의장이 낙점한 곳이 바로 대만이다. 쿠팡은 현재 대만에서 두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한국과 똑같은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쿠팡의 대만 사업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내에서 쿠팡 앱 다운로드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쿠팡Inc의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대만 로켓배송의 순매출은 전분기(3분기)와 비교해 23% 증가했다. 김범석 의장은 대만에서 한국의 성공이 재현되고 있는 이유로 이른바 '한국 플레이북'의 작동을 꼽았다. 물류 네트워크 기반 로켓배송, 유료회원제, 직관적인 UI와 UX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 의장은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에서 만들어낸 플레이북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대표 사례가 대만"이라고 말했다. ◆ 왜 대만인가, 쿠팡 모델에 최적화된 시장 구조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은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뒷받침 돼야 한다. 핵심은 좁은 국토, 높은 인구 밀도, 수도권 중심의 소비구조다. 이런 지점에서 대만은 한국과 유사한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다. 수도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되어있고, 영문 위키피디아 집계 기준 인구밀도는 세계 17위인 한국보다 7계단이나 높은 세계 10위다. 온라인 쇼핑과 전자결제에 익숙한 디지털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다는 것 역시 한국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쿠팡에게 대만은 '두 번째 한국'인 셈이다. 대만은 쿠팡이 한국의 성공모델을 이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장으로 꼽힌다. <그래픽 씨저널> ◆ 다음 타깃은 어디인가, '좁고 빠른' 시장에 집중될 가능성 쿠팡의 글로벌 전략은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형태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보다 '물류'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쉬운 국가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리스크도 적고 사업 성장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쿠팡 물류 사업의 다음 후보지 역시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국가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은 대만이나 한국처럼 도시의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온라인 쇼핑 및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아직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완전히 점유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등 소위 선진국 시장을 쿠팡이 아예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에서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시장과는 다른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2025년 1월14일 일본 미나토구에서 '쿠팡이츠' 사업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물류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으로 일본 시장을 다시 뚫어보겠다는 것이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할인과 이벤트 등 쿠팡의 사업에는 '계획된 적자' 구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쿠팡의 대만 사업도 초기 적자를 감수하며 확장하고, 이후 그 확장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허영인 미국에 SPC 제빵공장 짓는다, 노동문제와 ESG 한국처럼 접근하면 위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미국 진출'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래픽 씨저널> [씨저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무대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이다. SPC그룹은 이곳에 1억6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연면적 1만7천㎡(약 5200평) 규모로 건설되며 SPC는 이 공장을 2030년까지 2만8천㎡(약 8400평)로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이 공장은 6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PC그룹은 이 공장이 이미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미국 사업에 생산·물류 효율을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2023년에 미국에서 4800만 개가 넘는 패스츄리(크로아상 등 여러 겹의 반죽이 겹쳐있는 과자), 200만 개가 넘는 케이크, 1400만 잔이 넘는 음료를 판매했다. 2023년 패스츄리의 판매량은 2022년의 2.3배에 이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SPC그룹의 미국 제빵공장 건설을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미국 제빵공장 건설이 단순한 사업 확장의 무대가 아니라, SPC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를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는 시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노동 문제 훨씬 날카롭게 보는 곳 미국을 시장으로 접근했을 때와 비교해 미국에 '생산 기지'를 세울 때는 훨씬 많은 것을 살펴야 한다. 미국은 '노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 국내보다 훨씬 엄격하고 민감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법은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비교해 비교적 폭넓게 사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편이지만, 문제는 노동부 산하의 연방직업안전보건국(OSHA)이다. 연방직업안전보건국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벌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기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직이다. 문제는 OSHA의 벌금 부과 기준 중에 '고의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현장의 위험성을 알고도 방치했거나 고의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산업재해 발생시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손해배상의 규모를 판단할 때 실제로 발생한 손해에 더해 가해자의 고의성, 반사회성 등을 고려하는 제도다. 대표적 사례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베이비파우더 발암물질 소송이 있다. 존슨앤존슨은 현재 자사의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의혹을 받아 수천 건의 소송에 휘말려있다. 존슨앤존슨은 LTL매니지먼트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관련 소송들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미국 법원은 이 소송들에서 존슨앤존슨이 피해자들에게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이 소송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최근 89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내겠다는 배상안을 제시하는 한편 LTL매니지먼트의 파산 신청을 냈다. 소비자들은 LTL매니지먼트의 파산 신청이 소송을 고의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강도 높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만약 이와 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벌금 등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커다란 재무적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019년 6월30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세번째) 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SPC그룹 > ◆ 미국 시장의 성공 조건은 '빵'이 아니라 '신뢰' 제도적 제제 뿐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도 SPC그룹의 이번 미국 공장 설립은 그룹의 안전 체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는지 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은 윤리적 소비가 일상화된 시장이다. 기업의 ESG 성적표나 윤리 경영이 소비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가 단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로 끝나지 않고, 공공 조달 시장 진입 제한, 유통망 배제, 파트너사 이탈 등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SPC그룹은 2022년 사고 이후 노동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개선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사고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또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아직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시장은 SPC가 과거의 오명을 털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SPC그룹이 미국 소비자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윤휘종 기자
SPC 후계자 허진수 허희수, 승자독식 승계와 형제경영 승계의 갈림길에서 뛴다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BU장 사장(왼쪽)이 2023년3월30일 서울 서초구 파리바게뜨 강남서초점에서 열린 '두번쫄깃 베이글' 체험 방문 행사에 참석해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대사관 대사대리(가운데), 딘 디아스 캐나다 곡물협회 회장에게 베이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리바게뜨>[씨저널]희수(喜壽)는 77세를 뜻하는 한자어다. 기쁠 희(喜)자의 초서를 파자하면 칠십칠이 되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949년생으로, 2025년에 희수를 맞이했다.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BU장 사장은 49세,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48세로, 둘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재계에서는 두 형제가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구체적 로드맵을 통해 지배구조와 경영권 전반을 조율할 시점이 왔다는 관측이 나온다.특히 장남은 글로벌 사업, 차남은 국내 신사업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의 경영 성과가 승계 구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진행 중인 지분 승계, 핵심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SPC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회사인 SPC삼립은 이미 자녀들을 중심으로 지분 구조가 재편돼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허진수 사장이 16.31%, 허희수 부사장이 11.94%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영인 회장의 지분은 4.64%에 불과하다.하지만 SPC그룹 지분 승계의 핵심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다.파리크라상은 오너일가가 지분 전체를 쥐고 있는 SPC그룹의 지주회사격 회사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파리바게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2024년 감사보고서 기준 파리크라상 지분의 63.31%는 여전히 허영인 회장이 손에 쥐고 있다. 허진수 사장은 20.3%, 허희수 부사장은 12.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그룹을 이끌 미래의 얼굴이 결정되는 셈이다.비알코리아는 SPC삼립의 주력 브랜드 배스킨라빈스31과 던킨도너츠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내 다른 회사들과 지분관계는 거의 없다.비알코리아의 지분은 2024년 감사보고서 기준 오너일가(허영인 외 3인)가 지분 66.67%를 쥐고 있다.비상장이면서 연매출이 7천억 원을 넘는, 그러면서 오너일가가 지분의 2/3을 쥐고 있는 회사인만큼 비알코리아는 SPC그룹 오너일가의 '자금줄'로 불리는 회사다.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 오너일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비알코리아에서 474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SPC그룹 오너일가가 SPC삼립에서 5년 동안 128억 원, 파리크라상에서 같은 기간 190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을 살피면 상당한 규모다.비알코리아 지분을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이 각각 어느 정도씩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알코리아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비알코리아의 지분구조가 앞으로 그룹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한쪽에서는 승계 구조 정리를 위한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파리크라상, SPC삼립의 지분을 허진수 사장이 허희수 부사장보다 많이 갖고 있는만큼 SPC삼립, 파리바게뜨 등을 중심으로 한 제빵 계열은 허진수 사장이 승계하고,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 등 외식·IT 계열은 허희수 부사장이 맡아 독립한다는 시나리오다.◆ 허진수 vs 허희수, SPC의 '쌍두마차' 전략현재 SPC는 글로벌 확장과 국내 신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허진수 사장은 글로벌 사업을, 허희수 부사장은 쉐이크쉑 등 국내 신사업의 확대를 각각 맡고 있다.허진수 사장은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1억6천만 달러(약 2285억 원)을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에 대형 제빵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해외 매장 수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1천 개의 매장을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북미를 핵심 시장으로 삼아 SPC그룹을 글로벌 식품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반면 허희수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의 신메뉴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쉐이크쉑 사업을 확대하는 등 국내 기존 사업의 리브랜딩과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하고 있다.허희수 부사장은 과거 마약 논란으로 한 차례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21년 11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비알코리아 중심의 외식사업 재정비에 집중해왔다.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2024년 9월12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던킨 원더스 청담' 오픈 행사에서 신제품 '원더스 도넛'을 시식하고 있다. <던킨도너>◆ 승계 관전 포인트는 결국 '성과'SPC그룹의 장남과 차남이 각자 다른 영역을 맡아 경영하고 있는 만큼, 맡은 영역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SPC그룹의 승계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재계에서는 승자에게 모두 물려주는 승자독식의 승계보다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 기반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계열분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신세계 그룹이나 현대백화점 그룹처럼 '형제 경영'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다만 승계 과정에서 외부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SPC그룹은 최근 수년 동안 노동 문제, 브랜드 이미지 실추, 불매 운동 등의 리스크를 겪으며 여론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때문에 승계 과정에서도 두 형제의 경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이행, 소비자 신뢰 회복, 리더십 이미지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SPC그룹이 현재 공식적으로 승계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승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며 "허영인 회장의 구속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두 아들의 역할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허영인 배임 혐의 무죄 받았지만 더 중요한 재판 남았다, SPC '반노동' 이미지 어떻게 하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은 남아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한 건의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한 건의 형사재판이 남아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걸려있는 '사법 리스크' 이야기다.대법원은 최근 허영인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확정했다.허영인 회장은 SPC그룹의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낮은 가격에 SPC삼립에 매각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검찰은 이 행위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봤다. 하지만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은 모두 이 행위에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이번 무죄 판결로 SPC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하지만 한쪽에서는 "진짜 중요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 허영인 회장의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허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 조합원 570여 명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하고 2021년 5월에는 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정성평가 점수를 낮게 줘 승진에서 탈락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씻기지 않는 SPC의 '반노동' 이미지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강도 높은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특히 사고 직후에도 생산을 강행한 모습이 알려지며 SPC그룹을 향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피 묻은 빵'이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져나갔다.문제는 이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씌워졌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왔다는 데 있다. 사망사고 전후로도 SPC그룹은 노동자 과로사, 산재 은폐 의혹, 노조 탄압 논란 등에 반복적으로 휘말려 왔으며 허 회장의 '노조 와해 의혹' 재판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허 회장은 2022년 10월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22년 10월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23년 8월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2024년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피해자 수는 502명에 이른다.◆잃어버린 SPC그룹의 '기업 이미지', 사회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SPC그룹은 식품업이라는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식품에 요구되는 기본적 신뢰, 안전, 위생은 물론 그룹의 윤리성 역시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실제로 오랫동안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는 남양식품 역시 식품의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오너일가의 윤리성 측면에서 소비자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한쪽에서는 SPC그룹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2022년 이후 SPC삼립의 실적은 뚜렷한 정체세를 보이고 있다.2024년 SPC삼립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4279억 원으로 2023년보다 0.15% 감소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2년 매출과 비교하더라도 2년 동안 3.42% 증가하는데 그쳤다.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4년 2월2일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허영인의 숙제, '법' 아닌 '사회'와의 관계한쪽에서는 SPC그룹과 허영인 회장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민심'리스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SPC그룹은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있는 B2C 기업이고, 소비자와 시민사회는 법적 무죄보다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리더십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실제로 시민단체와, 소비자,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SPC에 구조적 개선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SPC삼립이 3월말 출시한 '크보빵(KBO빵)'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크보빵이 SPC그룹의 빵이라는 사실을 공유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SPC삼립의 매출 정체가 반드시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라며 "다만 SPC그룹의 이미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악화된 상태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조현범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다툼 어디서 승부 갈렸나, 불씨 아직 남아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것은 경영능력의 차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씨저널]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둘째아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이유는 뭘까?조 명예회장이 장자승계의 예외로 둘째 아들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상당기간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한국앤컴퍼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잠정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첫째아들인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 고문 측 지분이 한국앤컴퍼니에 상당수 남아 있는 만큼 불씨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능력과 비전의 차이, 조현식과 조현범의 운명을 가르다조양래 명예회장이 조현범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이유로는 경영능력의 차이를 거론하는 의견이 많다.첫째 아들 조현식 전 고문은 개인회사인 타이어 재활용기업 아노텐금산을 10년 넘게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조 전 고문은 이 업체의 경영을 꾸려나가면서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고 2016년에는 사재를 털어 100억 원 넘는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반면 조현범 회장은 2016년 무렵 경영기획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앤컴퍼니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 차이를 보였다.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는 연구개발센터 테크노돔 건립이 꼽힌다.조 회장은 '건축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기업문화까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아래 테크노돔 설립부터 준공까지 모든 과정에 꼼꼼하게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그는 테크노돔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임직원들에게 윈스턴 처칠의 '우리는 건물을 짓지만 건물은 우리를 만든다'는 말을 자주 인용하면서 한국앤컴퍼니 그룹에 변화를 이끌려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이 때문에 테크노돔은 '조현범의 자식'으로 불린다.조 회장은 테크노돔 준공식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향후 연구개발 계획까지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는 '제조업의 생존에는 혁신이 절대적이다'며 '테크노돔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장이 도리 것이다'고 말했다.테크노돔은 그 뒤 국내 타이어업계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공인시험소 인증을 받기도 했으며 한국타이어의 기술적 혁신을 이끄는 심장 역할을 맡고 있다.2016년을 기점으로 조현식 전 고문과 조현범 회장의 경영능력이 엇갈리는 변곡점이 나타난 셈이다.◆ 아버지 조양래의 선택, 두 차례 걸친 경영권 분쟁을 낳다조양래 명예회장은 2020년 6월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 전부를 둘째 아들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후계자로 지명했다.이를 두고 첫째 아들 조현식 전 고문은 조양래 회장의 결정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면서 첫째 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함께 조양래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둘째 딸 조희원씨도 동참했다.한정후견 심판은 질병,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인에게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지원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이 경영권 분쟁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의 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제기된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한정후견 심판을 맡은 1심법원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결국 조현식 전 고문은 2021년 말 한국앤컴퍼니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1차 경영권 분쟁은 조현범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2년 뒤인 2023년 3월 조현범 회장이 200억 원 규모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경영권 분쟁은 다시 불거지게 된다.조현식 전 고문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2023년 12월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발표하면서 경영권 확보를 노렸다.하지만 조양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등 조현범 회장을 지지하는 우호세력이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는 실패로 돌아갔다.조현범 회장은 우호지분을 포함해 모두 48.69%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차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리했다.여기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한정후견 항고심을 두고 대법원이 2024년 7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판결을 확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다만 2025년 4월 기준으로 한국앤컴퍼니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조현식 전 고문 측 지분이 30.36% 남아 있어 경영권 분쟁의 잔불은 남아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조현범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이 46.68%로 압도적이어서 다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조 회장으로서는 '눈엣가시'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조현식 전 고문을 지원했던 MBK파트너스는 한국앤컴퍼니 그룹의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확보를 명분으로 삼았던 만큼 조현범 회장으로서는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
한온시스템 재무 취약해졌다, 한국앤컴퍼니 맡은 박종호 '재무전문가' 솜씨 절실하다
박종호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은 재무전문가로서 한온시스템 인수 뒤 그룹 살람의 균형점 찾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앤컴퍼니>[씨저널]한국앤컴퍼니그룹이 한온시스템을 품으면서 재무 균형점 찾기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주력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인수에 투입해 재무구조가 약화될 우려가 있고 한온시스템의 최근 실적도 부진하다.박종호 한국앤컴퍼니 각자대표이사 사장은 재무전문가로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을 보좌해 통합 과정에서 그룹의 살림살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한온시스템의 높은 부채비율, 박종호가 짊어질 무게한국타이어는 세계 2위의 자동차 공조부품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을 인수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타이어 및 차량용 보조배터리(납축전지)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하지만 한온시스템의 높은 부채비율과 어두운 대외 경영환경은 박종호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할 것으로 보인다.하나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2024년 말 기준 순차입금 3조2100억 원과 부채비율이 250%를 넘어서고 있다.한온시스템이 이처럼 높은 차입금을 안게 된 원인은 전기차 부품 시장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확대하고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부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로 고정비가 증가한 것이 꼽힌다.한온시스템은 최근 수년간 히트펌프, 전동 공기압축기(e-컴프레셔)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을 위한 투자를 늘려왔지만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한온시스템은 미국 조지아주, 테네시주에 각각 4천만 달러, 1억7천만 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짓고 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올해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북미 첫 e컴프레셔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1억5500만 캐나다달러다.문제는 막대한 투자규모에 비해 한온시스템의 실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한온시스템은 2024년 매출 9조9987억 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5% 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55억 원으로 2023년과 비교해 66.3% 감소했다.증권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2026년까지 순적자를 지속할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최근 높아진 재료비와 함께 노무비 등 고정비부담이 지속되면서 낮은 수준의 수익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분간 의미있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 2026년까지 순적자 구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호, 한온시스템의 취약한 재무구조 계열사 전이 막을 과제 안아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 인수를 위해서 쏟아 부은 돈은 약 1조7300억 원에 달한다.한국타이어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해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8823억 원에 이른다.하지만 기업신용평가업체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말 연결기준 한국타이어의 총차입금은 1조8295억 원인데다가 한온시스템의 재무구조가 워낙 좋지 않아 재무리스크가 한국타이어에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박종호 사장은 한온시스템의 취약해진 재무구조가 한국타이어 등 계열사에 옮겨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한온시스템과 그룹 사이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주사 안팎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박 사장은 2015년 한온시스템에서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았기 때문에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의 인수합병으로 대두된 재무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박 사장은 과거 조현범 회장과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깊은 신뢰를 얻어 추진력 있게 재무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박 사장은 2011년 한국타이어의 기획재정부문장 전무로서 당시 경영기획본부 사장으로 승진했던 조 회장과 함께 일하면서 호흡을 맞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의 인연으로 박 사장은 조 회장의 전폭적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 회장은 2025년 3월4일 열린 '2025년 한온시스템 경영전략회의'에서 3년을 경영정상화에 목표시점으로 잡으며 박종호 사장과 이수일 한온시스템 부회장 등 경영진들에게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조 회장은 '한온시스템의 과거 오류, 잘못된 관행을 정확히 분석하고 개선해 앞으로 3년 간 어떻게 혁신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당장 지금부터 모든 구성원이 절박한 심정으로 적극적 혁신을 실행하자'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조현범은 사법 리스크 때마다 이수일에게 한국타이어 맡겼다, 한온시스템에 보낸 이유
이수일 한국앤컴퍼니그룹 부회장은 한온시스템의 지휘봉을 잡고 종합모빌리티 기업을 향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대표이사 회장의 비전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한온시스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수일 한국앤컴퍼니그룹 부회장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대표이사 회장의 대표적 '믿을맨'으로 꼽힌다.조 회장은 지난해 한온시스템 인수를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 전환점으로 삼기 위해 복심인 이 부회장을 한온시스템 대표로 보냈다.마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키우기 위해 키맨으로 권영수 전 LG 대표이사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배치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이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그룹 전체를 조망하면서 한온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그룹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인수합병 뒤 통합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인수 배경한온시스템은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글로벌 2위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발전에 따른 수요 증가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한국앤컴피니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통해 이번에 한온시스템을 인수함으로써 타이어, 배터리(차량용 보조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부문에서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글로벌 리더로의 입지를 한층 더 강화하고자 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약 1조44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54.7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었다.자동차업계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더구나 유럽연합(EU)에서 탄소중립과 관련해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을 겪었던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판매 속도가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은 최근 전기차 수요진작과 역내 공급망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전기차 캐즘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한국앤컴퍼니그룹에 안긴 한온시스템으로서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에는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대응한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신규 전동화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해 물량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돼 한온시스템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통합 맡은 이수일, 정통 한국타이어맨으로 조현범 신뢰 깊어이수일 부회장은 1987년 한국타이어(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옛이름) 공채로 입사한 '정통 한국타이어맨'으로서 2006년 마케팅담당 상무로 승진한 이후 37년의 회사생활 중 21년을 임원으로 보냈다. 미주지역본부장, 중국지역본부장, 마케팅본부장, 경영운영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특히 2018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취임한 뒤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와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해왔다.폭넓은 산업 경험과 해외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는 이번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경영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한국앤컴퍼니는 이수일 부회장을 한온시스템 신임 대표로 선임한 배경을 두고 '이 부회장은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속에서 한온시스템의 안정적 그룹 합류와 재무구조 개선, 시너지를 창출할 인사다'며 '차량용 열관리 분야 글로벌 2위 기업을 품으며 온전한 화학적 결합과 재무구조 개선 등 내실 다지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특히 이 부회장은 시너지 창출에 중점을 두고, 타이어와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이 통합되는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그는 한온시스템 대표 취임사에서 '한온시스템 경영효율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프로액티브하고 도전적 자세로 세계 1위의 공조 시스템 회사로 성장하자'고 말했다.이 부회장은 두 차례에 걸친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도 흔들림 없이 회사를 경영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믿을맨'으로 꼽힌다.2019년 조 회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돼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을 당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를 맡았다.이수일 부회장은 2023년 조현범 회장이 회삿돈 수십억 원을 집수리와 외제차 구입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에도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했다.특히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로 인한 애로사항들을 해결하고 역대 최대실적과 비견할만한 성과를 일궈내 14년 만에 부회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이수일, 한온시스템에서 발생할 불확실성 해결할 수 있을까?이수일 부회장은 한온시스템 인수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한온시스템은 높은 부채비율을 지니고 있어 한국앤컴퍼니그룹 전반에 재무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2022년 283%에서 2023년 268%, 2024년 254%로 감소추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이 부회장은 마케팅, 세일즈 분야 베테랑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관리에도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무난히 재무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다수의 글로벌 사업장을 운영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물류 등에서 비용 절감을 이뤄낸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중국 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중국시장의 프리미엄 타이어 수요를 안정화시킨 것과 자동차용 신차타이어(OE) 고객사를 40여개에서 50개까지 늘린 것이 주요 공적으로 꼽힌다. 조장우 기자
한화 방산 유럽 방산기업의 안마당 지키기 뚫는다, 김동관 "NATO 신뢰받는 협력자 되겠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24년 10월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에 대한 환영행사에 참석한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씨저널] 유럽 현지 방산기업들이 안마당을 지키기 위한 장벽을 쌓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유럽에서 방산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김 부회장은 2024년 10월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 방문 환영 기념행사에서 폴란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신뢰받는 협력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분기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국 방산기업의 유럽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최근 유럽 현지의 방산기업들의 견제도 강화돼 주목된다.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유럽 주요국들은 방위산업 주권 강화를 위해 공동개발 및 공동조달 체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한국산 무기체계의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유럽산 무기 공동조달 확대를 핵심과제로 꼽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비유럽연합 지역으로부터 무기공급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방향을 공식화했다.방산물자 조달 과정에서 유럽우선주의와 공동표준을 도입하면서 비유럽산 무기체계 도입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차(MGCS)와 전투기(FCAS) 같은 유럽내 공동개발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경계할만 하다.독일은 2024년 12월부터 방산수출 전담기관인 '무기수출지원청'을 신설할 구상을 갖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독일과 프랑스의 유럽우선주의 원칙은 유럽 안의 나라들의 방산물자 구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꿈꾸는 이른바 '한국의 록히드마틴'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방산제품인 K9 자주포를 도입하려고 검토했던 크로아티아가 프랑스 세자르의 자주포와 독일 라인메탈의 레오파트 전차 도입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더구나 지난해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영접했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임기가 올해 8월 만료돼 한화그룹으로서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의 반독일성향 법과정의당(PiS) 소속인데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화그룹과 폴란드의 협력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나오는 셈이다.현재로서는 유럽 현지에 방산물자 생산시설을 짓거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유럽기업으로 인정받는 경영전략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하지만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은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방산업체의 입찰을 배제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다가 유럽에 생산시설을 두더라도 높은 인건비와 강력한 노동규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런 어려움을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네오위즈 마피아' 핵심 장현국 왜 블록체인에 빠졌나, 넥써스 크로스 '위믹스 시즌2'인가
장현국 액션스퀘어(현재 넥써스) 대표이사가 2월7일 열린 액션스퀘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사업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씨저널] "가상화폐는 허구라고 생각했다. 그 때 한 지인이 '금이 가치를 갖게 된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물었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가상화폐는 현존하는 모든 화폐의 발전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장현국 넥써스(옛 액션스퀘어) 대표이사가 2022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다.장현국 대표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에는 위메이드가 아닌 넥써스에서다.장 대표는 1월7일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모든 게임이 토큰을 발행하고 모든 이용자가 이를 거래할 수 있는 게임 토큰 프로토콜 '크로스'를 출시한다"며 "그 첫 단계로 이더리움 기반의 가상화폐 '크로스'를 발행했다"고 밝혔다.장 대표에 따르면 크로스에 탑재되는 첫 번째 게임은 제로엔드엑스가 개발한 '라그나로크: 몬스터 월드'로 4월 하순 발매된다.◆ 장현국에게 여전히 드리워져있는 '사법 리스크', 아직 신뢰 회복하지 못한 위믹스문제는 장 대표가 아직 '위믹스'로 잃어버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위믹스 사태로 장 대표에게 드리워져있는 사법 리스크의 그늘 역시 그대로다.장 대표는 위메이드 대표로 일하던 시절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와 '미르4 글로벌'을 통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주목을 받았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미르4 글로벌 버전이 흥행하며 '게임을 하며 돈을 번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해냈다.하지만 그 후 위메이드의 위믹스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2022년 1월 공시없이 위믹스를 대량으로 매도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설상가상으로 2022년 11월 디지털 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의 신뢰성이 낮다는 것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장 대표는 위믹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그 생태계의 아교 역할을 하는 가상화폐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순식간에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한계 또한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위믹스는 2023년 코인원, 빗썸 등 몇 개 국내거래소에서 재상장됐지만 검찰은 2024년 8월 장현국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위믹스 체인 위에 올려진 또 다른 MMORPG '나이트크로우'가 2023년 4월 출시 이후 흥행에 성공하며 위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부풀기도 했지만, 위믹스 가격은 유의미한 반전을 보여주지 못했다.2021년 1WEMIX(위믹스 단위) 당 3만 원을 넘어섰던 위믹스의 가격은 2025년 4월10일 코인원 거래소 기준 877원에 불과하다.결국 장현국 대표는 2024년 3월 돌연 위메이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2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사임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사임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크로스와 위믹스가 다른점, 장현국은 '3제로 정책'으로 시장 신뢰 회복할 수 있을까이런 상황에서 장 대표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크로스 프로젝트 역시 위믹스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위믹스는 본인이 원래 몸담았던 위메이드에 남겨둔 채, 새로운 둥지에서 이름만 바꿔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장 대표는 실제로 올해 1월 블로터와 인터뷰에서 크로스와 위믹스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위메이드에서 위믹스로 하려던 일과 똑같은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결국 완벽한 결과를 내지 못했던 '위믹스 실험'을 좀 더 정교하게 리부트하기 위한 실험 무대로 넥써스를 선택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다만 장 대표는 신뢰를 잃어버린 위믹스와는 달리 크로스는 '3제로 정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3제로 정책이란 제로 민팅(총 발행량을 넘어서는 추가 채굴 불가), 제로 리저브(재단이 가상화폐의 예비물량을 보유하지 않고 발행된 모든 코인이 시장에서 거래), 제로 프리라이더(토큰 발행 이후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 등 크로스의 3가지 유통 정책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특히 위믹스가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시작점이 위메이드의 '덤핑'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크로스의 제로 리저브 정책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크로스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장현국 당시 위메이드 대표이사가 2023년 5월19일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 위메이드 현장방문에서 김성원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장 국민의힘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IT업계 최고의 블록체인 전문가, 장현국의 두 번째 '코인 경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장현국 대표는 '네오위즈 마피아'의 핵심이다.네오위즈 마피아는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주(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를 중심으로 구성된 인적네트워크다. 네오위즈 초창기 멤버들이 현재 한국 IT 업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인공지능, 플랫폼, 메신저, 게임 등 IT업계의 여러 분야에 고루 퍼져있는 네오위즈 마피아지만, 블록체인이라는 분야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사람은 장현국 대표가 유일하다.장 대표는 사실상 국내 IT업계에서 블록체인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블록체인 분야에서 가장 많은 실전 경험을 보유한 인물이다.하지만 위메이드에서 장 대표가 자신의 블록체인 청사진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면서 '블록체인 제국'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블록체인 게임, P2E(Play To Earn,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게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것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위믹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한 장 대표는 이번에는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의 두 번째 도전에 게임업계를 넘어 IT 업계 전체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현국 대표는 위메이드에 있을 때부터 P2E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항상 게임의 '재미' 역시 꼽아왔다"라며 "이제 거기에 가상화폐의 '투명성'이라는 조건이 더해진 이상, 게임성과 투명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어야 크로스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라인 아버지' 신중호도 '네오위즈 마피아', 이해진 신중호의 네이버 복귀 고려할까
신중호 라인 최고상품책임자(CPO)가 2020년 9월10일 일본에서 열린 '라인데이 2020'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인 재팬 공식 유튜브 갈무리>[씨저널] "당신을 선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언뜻 들으면 연인에게 전하는 달콤한 사랑의 맹세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신중호 라인 CPO(최고상품책임자)에게 건넸다는 말이다.신중호 CPO는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신 CPO는 일본 사업을 책임지고 살려내라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의 '특명'을 받고 2008년 도쿄로 건너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2011년 라인을 출시했다.신중호 CPO는 라인의 초기 기획부터 출시, 일본과 동남아 시장 확산 전략까지 모든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라인을 네이버의 글로벌 대표 서비스로 키운 주인공이다.하지만 최근 라인 내에서 그의 입지는 크게 달라졌다. 2024년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라인 사태' 이후, 신중호 CPO는 라인 사내이사에서 물러나 CPO의 업무만 하고 있다. 회사 내에서 영향력도 크게 감소했으며 경영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빅테크 AI 전쟁터에서 '중과부적' 네이버, '신중호 복귀론' 고개드는 이유이런 상황에서 신중호 CPO가 네이버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네이버는 현재 인공지능(AI)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다시 한 번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기술경쟁 속에서, 자본도 인력도 데이터도 부족한 네이버가 '중과부적'의 상태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네이버의 AI 기술은 여전히 클라우드·검색·콘텐츠 등에서 개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돼 있으며, 오픈AI·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하면 생태계 확장 면이나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면에서 한 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네이버는 초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검색과 광고, 커머스 서비스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신중호 CPO가 네이버에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상황에서 네이버에게 절실한 것은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에 정통하면서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획력도 갖추고 있는 인물인데, 그런 인물이 바로 신 CPO라는 것이다.◆ 검색과 AI 기반 서비스 기획 경험, 다시 주목받는 기술 리더십신중호 CPO는 라인의 성공 이후 계속해서 라인 조직에만 몸담았던 인물이 아니다. 신 CPO는 2017년 네이버의 검색 부문과 AI 플랫폼 '클로바'를 통합한 '서치앤클로바' 조직을 총괄했던 경험이 있다.신 CPO는 당시 서치앤클로바를 이끌며 네이버의 기술 기반 전략 수립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검색, 자연어 처리, 추천 시스템 등 서비스 구조의 근간을 기획하고 설계해본 몇 안 되는 인물이라는 뜻이다.신 CPO는 '네오위즈 마피아', '첫눈 마피아'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IT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같은 인물이기도 하다.네오위즈 마피아, 첫눈 마피아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의 첫 번째, 두 번째 벤처기업이었던 게임회사 '네오위즈'와 검색엔진 '첫눈'의 설립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다.신 CPO는 네오위즈와 첫눈에 모두 관여했던 인물이다. 첫눈이 구글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을 때, 구글이 아니라 NHN에 매각하도록 이해진 창업주가 신 CPO를 설득했다는 일화도 있다.◆ '로컬라이제이션'이 아니라 '컬쳐라이제이션', 이해진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했던 신중호신중호 CPO는 이해진 창업주와 단순한 동료 이상의 관계를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두 사람은 네이버의 일본 시장 진출 초기부터 함께 했으며, 라인이 네이버의 글로벌 매출을 견인하던 시기에는 사실상 전략과 실행의 양 축을 맡아 협업해왔다.일본 언론 니혼게자이신문에 따르면, 이해진 창업주는 신중호 CPO를 일본으로 보내면서 네이버가 한국에서 성공했던 경험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 생각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생각하지 말고, 아예 그 사회의 문화 자체를 흡수하는 '컬쳐라이제이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신 CPO는 그 조언을 충실히 따라 한국 시장 성공의 비결이었던 '지식인'서비스를 과감하게 버렸다. 이미 야후 등에서 제공하는 유사 서비스가 정착해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서다.신 CPO가 지식인 서비스의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모바일 메신저'였다. 라인의 성공이 사실상 이해진 창업주의 조언과 그 조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한 신 CPO의 '콤비 플레이'에서 시작된 셈이다.일본의 라인주식회사(LINEヤフー株式会社)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신중호 라인 최고상품책임자의 약력. 2023년 10월에 '대표이사 CPO'에서 2024년 6월 'CPO'로 변경돼있다. <라인주식회사 누리집 갈무리>◆ 일단락 된 '라인 사태', 이해진은 신중호 복귀 생각하고 있나네이버의 일본 사업이 계속해서 난항을 겪고 이 때문에 이해진 창업주가 한국의 네이버 이사회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을 때의 일이다."당신이 (일본 사업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해진 창업주가 사퇴할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신 CPO는, 일본을 찾아온 이해진 창업주에게 "사업을 그만둬야 하는 기준을 알려달라, 언제까지 무엇이 안되면 일본에서 철수하면 되는가"라고 물었다."언제든 그만둬도 좋다. 하지만, 당신이 포기하면 일본 사업은 거기서 끝이다." 이해진 창업주의 대답이었다. 신중호 CPO가 일본의 니혼게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일화다.신중호 CPO는 라인 사태 직후 "보안 관련 이슈가 나온 것은 CPO인 내 책임도 있다"며 "나는 라인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신중호 CPO가 라인에서 나오게 되면 라인의 경영진 가운데 한국인이 한명도 남지 않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하지만 이해진 창업주가 네이버 사내이사로 복귀하면서 20년 동안 함께했던 '소울메이트'인 신중호 CPO를 다시 네이버에 복귀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네이버의 라인 지분 매각을 강력하게 요구하던 일본 정부의 태도가 달라지면서 라인을 일본에 빼앗길 염려가 줄어들었다는 것도 신 CPO의 네이버 복귀 가능성은 높여준다.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보낸 연말 서한에서 라인 사태를 두고 "단기적인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중장기 전략을 유지하면서 라인야후와 협업 구조를 현지에 맞게 정비하는 유의미한 기회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윤휘종 기자
'네오위즈 마피아' 김봉진 왜 그란데클립 만들었나, 첫 성공 배민의 감성 기반 플랫폼 보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왼쪽)이 2022년 5월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마친 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명함 교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씨저널]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2017년 열린 '제 3회 배민 신춘문예'의 대상 수상작이다. 배민 신춘문예는 사람들의 '감성'을 파고들려했던 우아한형제들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인생과는 한 발자국 떨어져있는 삶을 살아왔다.공학도도, 경영전문가도 아닌 '디자이너'다. 사울예술전문대학 실내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디자이너로 직장에서 일하면서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다녀 시각디자인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김봉진 창업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화가를 꿈꿨는데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이성'보다 '감성'을 중심에 놨다.'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와 같은 마케팅 카피, 자체 한글 서체 제작 및 무료 배포, 일러스트 중심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배달의민족은 단순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다.그리고 2020년, 김봉진 창업자는 배달의민족을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게 40억 달러에 매각하며 국내 스타트업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엑시트에 성공했다.◆ 두 번째 창업 '그란데클립', 플랫폼 DNA는 여전히 현재진행형그런 김봉진 창업자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그의 두 번째 회사는 '그란데클립'이다. 클립처럼 작고 흔한 대상에서 가치를 찾아내겠다는 의미로, 기업 소개 문구는 '사소한 것을 위대하게'다.사업 영역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설명은 아니지만, 실제 그란데클립이 펼치고 있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향성은 찾을 수 있다.그란데클립은 현재 '믹스커피' 전문점 '뉴믹스커피'와 입을 수 있는(웨어러블) 종이장난감(페이퍼토이) 브랜드 '왓어원더'를 운영하고 있다.믹스커피, 종이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지나치는 하찮은 것에 새로운 시선을 담아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김봉진 창업주는 그란데클립의 믹스커피 사업과 관련해서 "지금 우리가 먹는 커피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졌는데 커피는 더 접하기 쉬워야 한다"라며 "특히 해외 시장에 한국의 '타먹는 커피'를 알리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뉴믹스커피는 현재 성수 본점과 북촌점,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성수와 북촌은 모두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재미있는 점은 '플랫폼 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그란데클립은 2024년 7월26일 숙박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스테이폴리오는 여행 목적이나 분위기에 맞는 감성 숙소를 추천해주는 플랫폼이다. '파인다이닝'에서 착안한 '파인스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다.◆ 감성 기반 플랫폼, 김봉진의 창업 철학은 그대로김봉진 창업주는 기술보다 감성, 구조보다 관계를 강조해온 사업가다. 배달의민족은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브랜드 스토리텔링, 광고 문구까지 사용자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놓고 설계됐으며 이는 플랫폼의 지속성과 팬덤 형성에 중요한 기반이 됐다.그란데클립의 사업 역시 모두 연결과 감성을 중심에 놓고 있다. 플랫폼 사업인 스테이폴리오는 말할 것도 없고, 뉴믹스커피는 한국의 믹스커피 문화라는 감성을, 왓어원더는 어린 시절 박스를 오리고 접어 친구들과 함께 놀던 감성을 제공해준다.디자이너 출신 창업가로서 김봉진 창업주의 감수성이 여전히 사업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특히 김봉진 창업주는 디자인을 사용자의 경험과 연결시킨다는 방식을 두 번째 창업에서도 중요한 전략적 포인트로 두고 있다.실제로 뉴믹스커피와 왓어원더는 모두 김 창업주가 믹스커피와 박스장난감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반영해 구상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네오위즈 마피아'의 두 번째 연쇄창업가 김봉진, 그의 두 번째 창업 도전은 성공할까김봉진 창업주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팔 마피아'와 비교되는 국내 IT업계의 인적 네트워크, '네오위즈 마피아'의 일원이다.네오위즈 마피아는 장병규 네오위즈 창업주(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를 중심으로 구성된 인적네트워크다. 네오위즈 초창기 멤버들이 현재 한국 IT 업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일론 머스크(테슬라), 피터 틸(팔란티어), 리드 호프먼(링크드인) 등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주로서 정체성을 보이고 있는 '페이팔 마피아'와 달리, 네오위즈 마피아의 구성원들은 창업주로서보다 전문경영인, 기술전문가, 기획전문가 등의 역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신중호 라인 CPO, 장현국 액션스퀘어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반면 김봉진 창업주는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과 함께 창업주로서의 정체성에 집중하고 있는 '네오위즈 마피아'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이 네오위즈 마피아가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의 페이팔 마피아'가 되는 데 중요한 이유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오른쪽)이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2021년 1월22일 서울시 송파구 배민아카데미 스튜디오에서 방송촬영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의 경험을 버려야 성공한다, '배민'의 성공 경험은 그란데클립에 '독' 될까 '약' 될까다만 한쪽에서는 김봉진 창업주가 배민 성공의 경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감성과 연결을 중시하는 김봉진 창업주의 방식이 현재 소비 트렌드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특히 계속되는 글로벌 경제 위기, 기후 위기,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소비자들이 '감성'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한 때 소비 트렌드였던 욜로(YOLO)가 지고 요노(YONO)가 뜨고 있기도 하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4년 9월 발간한 소비 트렌드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하나만 있으면 된다(You Only Need One)'를 모토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라며 "기업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가치에 집중하는 청년층의 니즈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0년대 중후반에 유행하던 '감성 소비' 트렌드가 최근에는 상당히 위축됐다"라며 "감성을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 속에 실리를 담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장병규가 씨 뿌린 한국 IT업계 성공신화 '네오위즈 마피아', 페이팔 마피아처럼 될까
네오위즈 마피아는 네오위즈 창업자이자 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의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 IT업계의 인적 네트워크를 뜻하는 말이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페이팔 마피아'다.페이팔 마피아는 2007년 포춘이 처음 사용했는데 페이팔 출신 창업자들이 만든 인적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말로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단어다.일론 머스크(테슬라), 피터 틸(팔란티어), 리드 호프먼(링크드인), 채드 헐리·스티브 첸(유튜브)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인물들이 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재미있는 것은 한국 IT업계에도 이와 비슷한 인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로 '네오위즈 마피아'다.◆장병규에서 시작된 흐름, 네오위즈 출신의 현재 위치이 네트워크의 중심은 네오위즈 창업자이자 현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인 장병규 의장이다. 그는 1997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립하며 국내 IT산업의 태동을 주도했고, 이후 검색엔진 '첫눈'을 창업한 뒤 NHN에 매각하는 성공적 '엑시트'도 경험했다.장 의장이 네오위즈를 창업하면서 함께했던 인물들이 바로 '네오위즈 마피아'의 얼굴들이다.신중호 라인 최고기술책임자(CTO), 김봉석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 장현국 액션스퀘어 대표,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전 대표, 김창욱 스노우 대표, 김강석 크래프톤 공동 창업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네오위즈를 나온 이후 대한민국의 벤처 붐을 주도하거나 국내 유망 IT기업의 성장에 중심 역할을 해왔다.◆ '연쇄 창업가'는 아직 적지만, 새 도전을 이어가는 흐름은 남아있다물론 네오위즈 마피아가 페이팔 마피아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페이팔 마피아는 단순한 인맥을 넘어서 글로벌 창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네트워크로 평가된다. 페이팔 마피아에는 3~4개의 벤처를 연달아 성공시킨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반면 현재의 네오위즈 마피아에서 '연쇄 창업가'라고 불릴만한 인물은 장병규 의장 정도다.하지만 네오위즈 마피아가 페이팔 마피아의 단계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여러 '네오위즈 마피아'들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안상일 하이퍼커넥트 전 대표는 2조 원 규모의 엑시트를 성공한 이후에도 만족하지 않고 최근 다시 창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있으며, 김봉석 우아한형제들 창업주 역시 '그란데 클립'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장현국 대표 역시 위메이드에서 나와 액션스퀘어에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2007년 미국 언론 '포춘'이 어떤 집단의 단체사진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표들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사진. 이 사진과 함께 제시된 기사 이후 '페이팔 마피아'라는 용어가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됐다. <영문 위키피디아>◆네오위즈 마피아가 페이팔 마피아처럼 되기 위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끌 수 있을까실리콘밸리 전반의 창업 문화, 투자 생태계, 기술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벤처 업계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 IT 산업의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 잡았다.반면 '네오위즈 마피아'라는 표현은 아직 대중적으로 보편화된 개념은 아니다. 장병규 의장이 두 번째로 창업했던 검색엔진 기업 '첫눈' 출신 인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첫눈 마피아'라는 별칭과 혼용돼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팔 마피아와 네오위즈 마피아 사이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한 시대의 기술적 전환기를 함께 지나온 창업가들이 개인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투자를 이어가며 한국의 기술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이 흐름이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 창업 생태계 전반에 지속적인 변화를 이끄는 집단적 움직임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네오위즈 마피아'라는 이름이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오스템임플란트 글로벌 공략 나선 김해성, 신세계에서 쌓은 해외사업 역량 다시 한번
김해성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가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으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 김해성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 세계 1위 치과기업으로 발돋움을 내걸었다.김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에서 해외사업 전문가로 잔뼈가 굵었는데 오스템임플란트에서 글로벌 확대에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다진 경영 역량김해성 대표는 신세계그룹과 이마트에서 풍부한 경영 경험을 쌓았고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냈다.신세계그룹에서 전략실 사장을 역임하며, 해외사업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이마트 대표이사로서도 대형 유통기업의 경영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면서 시장 변화에 민첩한 대응력을 보여줬다.유통 대기업에서 쌓은 이런 경험은 2020년 경영고문으로 오스템임플란트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치과산업 분야에 접목됐다.당시 오스템임플란트는 조직 내 횡령 사태와 경영 혼란을 겪던 시기였는데, 김 대표는 중장기 목표 수립과 전략 방향 설정에 기획전문가로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다.그의 합류 이후 오스템임플란트는 2022년 처음으로 연결기준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의 주역으로김해성 대표 취임 이후 오스템임플란트는 해외시장 확대에 공격적 투자 단행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현재 오스템임플란트는 전 세계 32개국에 37개의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영업과 고객 맞춤형 임상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김 대표는 해외법인 규모를 2026년까지 50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특히 2023년 기준 유럽 국가 내 10개의 현지법인이 운영 중이며, 이 지역에서만 연간 매출 1530억 원대를 기록하는 등 유럽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오스템임플란트는 미국, 중국, 유럽, 아시아권 등 다수 지역에서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23년 해외법인 연결기준 매출은 약 8천억 원에 육박했다.하지만 해외사업의 빠른 확장은 수익성 악화라는 성장통도 동반하고 있어 김 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오스템임플란트의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따르면 튀르키예 법인은 높은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2022년 순손실 48억 원에서 2024년에는 172억 원까지 확대됐다.중국 법인 역시 내수 침체와 정책 변화로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법인의 순이익도 2022년보다 41.64% 감소한 200억 원에 그쳤다.김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을 놓고 경제 전반 상황과 현지 정책 등에 기인한다고 진단하며, 현지 여건에 맞는 적극적 대응과 영업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오스템임플란트는 이러한 해외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직접 영업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김 대표는 중간 딜러를 배제한 직접 판매와 치과의사 임상 교육 강화가 매출 증대와 브랜드 신뢰성 확립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초기 사업 투자로 인한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수년 간 교육과 현지화 작업을 거쳐 영업이익을 개선하는 구조를 목표로 삼고 있다.◆ 브랜드 다변화 전략과 연구개발 투자 강화국내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오스템임플란트는 '오스템'을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 '하이오센', 중저가 브랜드 '탑플란'까지 3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최근 탑플란을 완전자회사 형태로 흡수합병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임플란트 제품 라인업을 갖췄다.이러한 다중 브랜드 전략은 글로벌 1위 임플란트 기업인 스위스 '스트라우만'의 사례처럼 시장 세분화와 가격 다양화를 통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각 브랜드가 서로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며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한편, 연구개발에서도 협력과 혁신을 함께 이끌고 있다.김 대표는 아울러 디지털 치과진료, 보철 분야 등 첨단 의료기술 트렌드에 발맞춰 연구개발 기반 증대를 공언하며, 최신 기술로 제품 품질 및 임상효과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 하고 있다.김 대표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을 이루겠다'고 말하면서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파트너'로서의 기업가치를 강조하고 있다.이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가 단순히 글로벌 판매량 1위를 넘어서, 매출과 브랜드 가치에서도 세계 치과기업 최고 자리에 도약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해성의 미래 청사진, 2036년 10조 매출 목표김해성 대표가 제시한 오스템임플란트의 중장기 목표는 명확하다. 2036년 매출 10조 원대의 세계 최고 치과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치과 임플란트 및 보철(Dental Implant AND Prosthetics)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임플란트 시장 규모는 7조5천억 원으로 파악된다.구체적으로 업체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스트라우만이 30%로 1위이며 오스템임플란트는 노블바이오케어(12%)에 이은 10%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김 대표는 글로벌 매출 기준 1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외 직접 판매망 확대와 현지 맞춤형 임상교육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2023년 콜롬비아, 조지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법인 설립 등 신규 진출 지역 확대한 것에 더해 2024년 5월 브라질 임플란트 시장 내 3위 기업 '임플라실 드 보르톨리' 인수는 해외진출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김 대표는 디지털 심미보철 컨테스트, 치과기공사 및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 차별화된 임상 교육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기존의 제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과 서비스 다변화까지 아우르는 '토탈 솔루션' 제공자로 거듭나는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가 세계 1위 임플란트 기업, 나아가 세계 1위 치과 기업에 도전하는 중대한 시기에 막중한 역할을 맡게 돼 무거운 사명감을 느낀다'며 "미래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덴티스트리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기반을 확대하고 해외영업력 배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트럼프도 나온 미국 와튼스쿨, 한국에서는 누가 엘리트 코스 거쳤나
우리나라 정재계에는 와튼스쿨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자리를 빛내고 있다.[씨저널]와튼스쿨이라 불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상경대학과 경영대학원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단순한 경영 지식 습득을 넘어서 글로벌 리더십 함양과 폭넓은 인맥 구축의 장으로 기능하며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왔다.특히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업의 오너 일가와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와튼스쿨 출신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재벌가의 자녀들이 경영수업의 기초로서 경영대학원(MBA) 코스를 밟는 것은 흔한 일이 됐지만 그 중에서도 와튼스쿨은 '엘리트 코스'로 여겨진다.대기업집단 오너 가운데 와튼스쿨 출신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는 구본걸 LF 회장이 꼽힌다.구본걸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태양광 소재사업으로 잘 알려진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서강대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와튼스쿨에 진학했으며, 이우현 회장의 사촌인 이우성 SGC에너지 대표이사 사장도 와튼스쿨에서 공부했다.홍석조 BGF그룹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산업공학 석사를 받고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수학했다.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대표이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이처럼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후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하는 것은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특히 오너 기업인들에게는 경영 능력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전문경영인들이나 정치권에서도 와튼스쿨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많다.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 최세훈 전 카카오페이손해보험 대표이사, 이명우 동원산업 부회장, 안용찬 전 제주항공 경영총괄 대표이사 부회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와튼스쿨 동문이다.특히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확대 정상회담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는 말을 들은 에피소드가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까닭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와튼스쿨 졸업생이기 때문에 동문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서다.트럼프 대통령은 1964년 뉴욕 포덤대학교 입학하고 2년 뒤 와튼스쿨 경제학부로 편입해 1968년 졸업했다. 와튼스쿨은 학부와 석박사 과정도 있다.최근에는 한화그룹 내부 와튼스쿨 출신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전태원 한화 전략부문 전략기획실장을 비롯해 김병만 한화솔루션 전략기획실 임원이 와튼스쿨 출신이다.전태원 실장은 한화그룹의 미국사업 전략 핵심 참모로,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하며 김 부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과거에는 한화 무역부문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민석 전 부사장, 고(故) 민구 전 한화솔루션 큐에너지부문 대표 또한 와튼스쿨 출신이었다. 조장우 기자
솥발 같은 지분구조 OCI그룹 3세경영 본격화, GS의 길 갈까 경영권 다툼의 길 갈까
OCI그룹에서 3세 경영체제를 책임질 오너일가의 모습. (왼쪽부터)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이우일 유니드 대표이사 사장, 이우성 SGC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씨저널]OCI그룹에서 3세 경영체제가 점차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OCI그룹은 2대 상속 과정에서 형제 사이 계열을 나눠 이끌면서 크게 3개 계열(OCI계열, SGC계열, 유니드계열)의 구조를 갖췄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3세 경영으로 넘어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OCI계열의 구심점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주회사 OCI홀딩스 지분을 나머지 계열 수장인 숙부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이 보유한 것보다 적게 확보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재계에서는 OCI그룹이 유사한 구조를 띄었던 GS그룹처럼 무난하게 사촌경영의 길을 갈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으로 혼돈에 빠질지 주목하고 있다.◆ OCI그룹의 계열 간 독립적 경영과 미약한 가족회의 체계 OCI그룹은 크게 지주사 OCI홀딩스를 정점으로 태양광 관련 소재화학 사업과 종합 제약사업을 꾸려가는 OCI계열, 발전에너지 사업 및 토건 사업을 하는 SGC계열, 칼륨계 화학 제품사업과 중밀도 섬유판(MDF) 사업을 하는 유니드계열 등 3가지 계열로 구성돼 있다.각 계열은 독립적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이수영 OCI 대표이사 선대회장이 작고하면서 OCI계열을 아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주축으로, SGC계열과 유니드계열은 각각 이 선대회장의 동생인 이복영 SGC에너지 대표이사 회장(1947년생)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1951년생)이 중심이 돼 이끌고 있다.SGC계열은 이우성 SGC에너지 사장(1978년생)이 3세 경영 주자로 꼽힌다.이우성 사장은 아버지 이복영 회장, 전문 경영인 박준영 부회장과 SGC에너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유니드계열은 이화영 회장 장남인 이우일 사장(1981년생)이 유니드를 전문경영인인 정의승 부회장과 각자대표이사로 이끌고 있다.이처럼 OCI그룹은 표면적으로는 독립경영 체제가 안정화 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OCI홀딩스 지분의 구성을 살펴보면 갈등의 씨앗이 뿌려져 있다고 할 수 있다.2025년 4월 기준 OCI 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우현 회장이 7.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숙부인 이화영 회장은 7.81%, 이복영 회장은 7.7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이우현 회장은 지주사 OCI홀딩스에 숙부들보다 적은 지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경영행보를 다수 펼쳐왔다. 다른 기업집단인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을 추진한 것이나 한국앤컴퍼니 및 금호석유화학과 지분 맞교환(스와프)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명목적으로는 사업적 시너지를 위해 추진된 경영상 결정들이지만, 결과적으로 숙부와 사촌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가족 사이 물밑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굳건한 가족회의 체계와 후계구도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있다면 이우현 회장이 이처럼 무리하게 외부 우호세력을 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확립된 가족회의와 회장 승계체계, GS의 경영체제가 안착한 이유재계에서 경영방침에서 OCI그룹과 비교되는 기업집단으로는 GS그룹이 꼽힌다.GS그룹은 2세대 형제가문이 지주사 지분을 일정비율로 균형있게 나눠 가지고 굳건한 가족회의를 통해 주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OCI그룹 역시 2대 형제가문이 비슷한 비율로 지분을 상속했지만 이우현 회장이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지주사 지분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쥐고 그룹 운영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GS그룹의 현재 총수(동일인)는 셋째 허준구 가문 출신인 허태수 회장이 맡고 있다. 특히 GS는 특정 가문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지 않도록 지주사 지분을 한쪽에 집중시키지 않고 균형 있게 배분하는 구조를 취한다.이에 따라 주요 경영 의사결정은 각 가문 간의 협의를 통해 GS 지주회사 체계 아래에서 조율되며, 이러한 가문 간 균형 체제가 세대 간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또한 GS 오너 일가 내부에서는 가문 간 단결을 중시하는 전통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가족회의를 통해 합의된 사안에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사실상 금기시되는 분위기로 알려져 있다.GS그룹과 경영방식에 차이를 보이는 OCI그룹에서 갈등이 표면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2021년 SGC계열의 에너지기업 SGC에너지가 OCI를 상대로 투자금 회수요청을 법원에 요청했던 것은 언제든지 친족 사이 다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SGC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에서 공정용 증기를 생산해 다른 산업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OCI가 갑작스럽게 사업을 철수하면서 기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약 660억 원의 손해를 봤다며 법적 분쟁을 벌였던 것이다.이 사건은 2024년 6월 SGC에너지가 OCI를 상대로 법원에 신청한 조정신청을 취하하면서 잠정적으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또다른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과연 OCI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 들어갈 때 연착륙할 수 있을까. 조장우 기자
'OCI를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이우현, 검사 출신 이제영에게 부광약품 맡긴 이유
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왼쪽)가 2024년 8월22일 아주대의료원과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광약품>[씨저널]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제약바이오 사업으로 꾸준히 눈을 돌리고 있다.이 회장은 한국에서 화학사업을 꾸려나가는 것의 한계를 깨닫고 OCI그룹을 한국의 바이엘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재력 있는 계열사인 부광약품 대표로 연구원 출신의 제약 전문가가 아닌 검사 출신의 이제영 OCI홀딩스 전무를 보낸 이유에 대해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이는 시선이 많다. ◆ 검사 출신 이제영, 감사 역할 통해 OCI그룹 빠르게 파악이제영 부광약품 대표이사는 지주사 OCI홀딩스의 전략기획실 전무를 맡으면서 경영전략을 총괄하며 국내외 약 10개 계열사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특히 이 대표는 OCI홀딩스와 바이오 계열사를 연결하는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부광약품, 부광메디카, 콘테라파마 등 주요 바이오 자회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그는 OCI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로 서울 현대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4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로스쿨(LLM) 과정을 이수하고 17년 간 검사로 재직하다가 2019년 OCI에 합류했다.이 대표가 처음부터 그룹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었다.이제영 대표는 다수 계열사의 감사 역할을 수행하며 내부 상황을 빠르게 파악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3년 이우현 회장의 취임 시점과 맞물려 입지를 넓혔다.이 대표의 핵심 과제는 부광약품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부광약품은 이 회장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비전을 처음 실현한 상징적 계열사로 이 회장은 2024년 4월까지 직접 경영을 맡아왔다.부광약품은 OCI그룹에 편입된 2022년부터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해왔으나 현재는 이제영 전무가 단독으로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이우현 회장 차원의 믿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이제영 대표는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도 맡고 있는 만큼 OCI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을 완전히 갖출 수 있도록 부광약품 지분을 30%까지 늘리는 작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OCI홀딩스는 부광약품 지분 11.32%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 9월까지 30%로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주사가 출범 후 2년 안에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소유하도록 하고 있다.OCI홀딩스는 2023년 5월 OCI그룹 지주사로 출범했지만 공정거래법 기준으로는 출범 시점이 같은 해 9월로 잡힐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오는 9월을 전후로 부광약품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며 공식 지주사로 등극할 경우 OCI홀딩스와 이우현 대표 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분석된다.앞서 OCI(현 OCI홀딩스)는 2022년 3월 오너 2세인 김상훈 당시 부광약품 사장 외 8인으로부터 부광약품 주식 773만 334주를 1461억원에 획득하면서 최대주주가 오른 바 있다.OCI그룹이 부광약품을 품은 것은 이우현 회장의 제약바이오 사업에 대한 큰 꿈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은 OCI그룹의 주력 사업의 축을 태양광 소재 사업에서 제약바이오로 옮겨 '한국의 바이엘'로 탈바꿈하는 것을 꾀하고 있다.◆ 이우현, 한국의 바이엘을 꿈꾸다'석유화학 기업에서 제약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난 독일 바이엘의 길을 따라가려고 한다'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한 매체(한국경제신문)와 2024년 1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OCI 의 주력사업인 화학소재 분야는 성장성이 낮아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이 회장은 산업용 화학분야는 한국에서 사업환경이 녹록지 않고 중국기업을 비롯한 경쟁사와 가격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성이 전망되는 제약바이오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이 때문에 이 회장이 이끄는 OCI그룹은 제약·바이오를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와 함께 핵심 3대 사업으로 점찍고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1959년 동양제철화학에서 출발한 OCI그룹은 과거 2000년대 태양광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며 화학 기업에서 소재·에너지 기업으로 확장 변모해 왔다.그러나 주력인 화학·소재 사업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를 느꼈고 OCI그룹은 2018년 부광약품과의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시작으로 2022년 부광약품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을 본격화했다.이제영 부광약품 대표는 이런 이우현 회장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부광약품의 실적과 생산능력을 키우는데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부광약품은 OCI그룹 인수 1년차인 2022년과 2년차인 2023년 경영실적은 부진했지만 2024년에는 연결재기준 매출 1601억 원과 영업이익 16억 원을 달성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7% 늘었고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로 전환했다.이에 더해 이제영 대표는 2025년 3월 1천억 원 규모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구체적으로 먼저 200억 원을 투입해 안산공장의 생산능력을 연간 10억 정에서 14억 정으로 늘린다는 구상을 내놨다.아울러 증자자금으로 최신 생산설비를 도입해 공정효율성을 향상하고 생산원가 절감과 고품질의 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이 대표는 '유상증자로 확보하는 자금을 잘 활용해 2030년 매출 기준 20위권 제약사로 발돋움하고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거두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OCI홀딩스 지분 숙부들보다 적은 이우현, 지배력 리스크 타개책 찾기 만만찮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약한 그룹 지배력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지배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이우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OCI홀딩스 지분은 숙부들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의 그것에 비해 적다.이런 지분 구조는 이 회장이 경영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잠재적 위험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이 회장은 경영 지배력 확대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우현의 OCI홀딩스 지분이 숙부들보다 적이진 이유이우현 회장의 지분이 숙부인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보다 낮아진 이유는 아버지 고 이수영 회장이 2017년 10월 작고하면서 OCI홀딩스 출범 전 OCI 지분 10.92%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부과된 상속세 약 1천억 원 때문이다.이우현 회장은 주식을 매각하면서 6년 동안 연부연납을 통해 2023년 상속세 납부를 완료했다. 하지만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다보니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내주게 됐다.이우현 회장은 2018년 4월 상속과 기존 주식을 합해 OCI 지분 145만9925주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가 같은 달 25만7466주를 주당 15만8천 원에 매각하면서 3대주주로 내려앉았다.그 뒤 OCI가 2023년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면서 인적분할을 단행함에 따라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주회사 OCI홀딩스 지분은 일부 늘어났지만 이 회장 개인의 지배력은 줄었다. 인적 분할 과정에서 두 숙부의 지분이 늘어서다. 2025년 4월 기준 OCI 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우현 회장이 7.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숙부인 이화영 회장은 7.81%, 이복영 회장은 7.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이우현 회장의 경영 지배력은 전적으로 숙부들의 지지 위에서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이우현의 승부수, OCI와 한미약품 통합 무산이우현 회장은 경영권 강화 방안으로 OCI홀등스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을 시도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무산됐다.구체적으로 이 회장은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구상을 갖고 있었다.이 회장의 구상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임주현 사장을 비롯한 우군을 확보하면서 OCI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하지만 2024년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OCI와 통합을 추진했던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6명의 선임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통합은 물거품이 됐다.이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이 무산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 힘을 합쳐서 같이 해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생각이 다르면 강요할 수 있는게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힘을 합도 어려운 과제인 만큼 우리는 다른 기회를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한미사이언스를 품고 있는 한미약품그룹도 2025년 약 1년에 걸친 경영권 분쟁을 마치면서 전문경영인체제를 확립하기로 하고 OCI와 통합 재추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이우현 회장이 추진한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이 불발된 것은 경영권 방어의 측면에서도 이 회장에게 큰 고민을 안겼다.◆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 거래 빛바래이우현 회장이 OCI그룹을 향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약품그룹과 협력만을 추진했던 것은 아니다.이 회장은 앞서 2021년 OCI 자사주 29만 주와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17만 주를 맞교환하고 해당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른바 지분 스와프를 진행하면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섰던 것이다.보통주가 자사주로 상태로 남아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넘기면 의결권을 갖게 된다.당시 315억 원을 들여 확보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0.59%) 가치는 2023년 장부가액 기준 90억 원 수준의 손실을 본 바 있다.이는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당시 'OCI홀딩스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보고서에서 "OCI홀딩스는 2021년 12월 자기주식 29만8900주를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하고 동일한 금액만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해 상호주를 보유하게 됐다"며 "이는 OCI홀딩스 자산으로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권 유지에 활용하는 것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시 지분 모으는 이우현이우현 회장은 2024년 8월 OCI홀딩스 주식 2만8490주(20억 원 상당)을 매입하면서 지배력 강화에 다시금 고삐를 죄고 있다.이 회장이 이처럼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들은 숙부들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이 회장은 OCI홀딩스에만 지분이 있는 반면 숙부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각각 OCI홀딩스 지분뿐만 아니라 OCI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우현 회장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것으로 보인다.숙부와 사촌들이 경영권을 공격할 경우 방어가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는데 더해, 숙부들과 사촌들의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입하는 것도 자금 부족으로 현실성이 낮다.이우현 회장이 미약한 지배력을 극복하고 OCI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조홍제 조석래 조현준 3대가 기술로 키워온 효성, 경영권 분쟁은 성장통이었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그리고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사이 경영권 분쟁이 있기 전까지 효성그룹은 눈부신 성장을 이어왔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효성가는 나이론으로 시작해 첨단섬유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왔다.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취임 5년이 되는 2021년 효성그룹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과 조석래 선대회장의 기술경영으로 만든 토대 위에 최대 성과를 쌓아올린 셈이다. 하지만 효성그룹은 선대회장에서 후대로 내려오면서 확장된 그룹을 나누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는 아픔도 있었다.◆ 계열분리 뒤 부각된 '기술 중심' 효성 조현준과 '새 동력 찾기' HS효성 조현상효성그룹은 2024년 HS효성과 효성으로 계열분리를 단행하고 독립경영을 꾸려가고 있다.조현준 회장은 스판덱스 1위 효성티앤씨와 효성중공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키워가고 있고,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하며 새로운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특히 조 회장은 스판덱스 사업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는 효성티앤씨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스판덱스는 석유화합물로 고무와 비교해 3배의 강도를 지녀 고부가섬유로서 '섬유의 반도체'로 불린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보이면서 선두기업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어스에 따르면 글로벌 스판덱스 시장은 2023년 93억 달러에서 2033년 20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다.효성그룹의 또다른 주력 계열사인 효성중공업도 수소에너지 분야의 탄탄한 기술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효성중공업은 2000년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시스템 사업에 진출한 뒤 수소충전소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2025년 4월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 20%를 보이면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이에 더해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한국남동발전과 손잡고 수소발전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감과 아울러 올해 4월에는 세계 최초로 1메가와트(MW)급 수소 전소 엔진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물론 효성그룹에 희망적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력계열사인 효성화학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서 올해 3월 주식거래가 정지되며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고 있다.HS효성을 이끄는 조현상 부회장도 HS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다.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을 1조5천억 원 규모로 매각을 추진해 인수합병 재원을 확보하고, 첨단소재 분야 중심의 사업재편에 나섰다.그는 인수합병에 능한 전략가로 평가받으며, 유미코아·우전지앤에프 등에 투자해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다.이처럼 효성그룹이 계열분리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으로 효성그룹이 외형을 키워온 덕분이기도 하다.조현준 회장은 2016년부터 효성그룹을 이끌면서 '기술이 자부심이다'며 선대회장의 기술경영 이념을 이어받아 그룹을 확장해왔다.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은 의미가 크다. 효성그룹은 2021년 그룹의 전체 매출을 21조3천억 원, 영업이익 2조77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다만 계열분리가 마무리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효성그룹은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의 아픔을 딛고 한 단계 성장해왔다.◆ 형제간 고소고발 진흙탕 싸움, 경영권 분쟁의 경과효성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014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2대 조석래 선대회장은 세 아들에게 효성그룹의 각 계열사를 나누어 맡기고 성과가 가장 좋은 사람에게 그룹을 물려주겠다고 하면서 아들 사이 경쟁을 붙였다.조석래 선대회장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둘째 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은 후계구도에서 멀어지게 되자 효성그룹에서 나와 장남인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횡령과 배임, 비자금 조성 등 수십 건의 경영비리 혐의로 고발했다.이에 조현준 회장은 2017년 조현문 전 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맞고소해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비상장 주식의 고가 매입을 강요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조현준 회장은 2020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22년 강요미수 협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다만 경영권 분쟁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2023년 부친 조석래 선대회장의 별세 뒤 화해의 의사를 밝히면서 잠정적으로 일단락됐다.조 전 부사장은 2024년 7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형 조현준 회장과 동생인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에게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지금까지 벌어진 형제 사이 갈등을 종결하고 화해하고 싶다'고 말했다.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은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회장과 함께 삼성물산공사를 세우고 삼성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은 뒤 효성그룹을 일궈냈다. <효성>◆ 선대회장들의 경영역량, 효성그룹의 탄생과 성장효성그룹이 경영권 다툼으로 얼룩졌던 것은 성공적인 성장 과정에서 그룹 자산이 급격하게 불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효성그룹은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1942년 '군북산업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정미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1948년에는 삼성상회의 이병철 회장과 공동 출자해 삼성물산공사(현 삼성물산)를 세우고 부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이후 제일제당 사장을 역임하며 삼성그룹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았다.이후 1962년 삼성그룹에서 독립해 '효성물산주식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자립 경영에 나섰다.1966년에는 '동양나이론'을 세워 나이론 섬유 산업에 진출했고, 1968년 울산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해 사업 기반을 공고히 했다.1973년에는 '동양폴리에스터'와 '동양염공'을 각각 설립해 섬유 사업군을 체계적으로 확장했으며, 국내 최초로 PET 시장에 진출해 음료·간장·식용유 용기 등에 사용되던 유리 용기를 페트병으로 대체하는 혁신을 이끌었다.같은 시기 자동차 타이어의 핵심 소재인 타이어코드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산업 전반에서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렸다.1978년 조홍제 창업회장은 건강 악화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동양나이론'을 장남 조석래 회장에게, '한국타이어'를 차남 조양래 회장에게, '대전피혁'을 막내 조욱래 회장에게 각각 맡겼다. 이후 1984년 조홍제 회장이 별세하자 장남 조석래 회장이 효성그룹을 공식적으로 승계했다.2대 회장에 오른 조석래 회장은 "역량을 집중해 효성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 아래 창업회장의 뜻을 계승해 기술 중심의 투자를 이어갔다.그 결과 1970~80년대에는 화학 산업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중공업, 건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재계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이뤘다.1990년대에는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를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하며 섬유소재 분야의 경쟁력을 높였고,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했다.2000년대 이후 효성그룹은 타이어코드와 스판덱스를 주력으로 삼아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으며, 전 세계 70여 개국에 제조 및 판매 법인을 설립하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조장우 기자
조현준 효성화학 천문학적 부채와 힘겨운 싸움, 효성그룹으로 위기 전이 분수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화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효성화학의 재도약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효성화학은 효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이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불어나는 부채로 그룹 전체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효성의 주력계열사인 효성티앤씨와 지주사 효성이 지원에 나섰지만 자칫 효성그룹 전체에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효성화학, 깊어지는 재무적 위기효성화학의 재무 상황은 여러 지표에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2024년 연간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조 8382억 원이지만 영업손실은 1705억 원에 달한다.특히 특수가스 사업 손익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화학 사업 부문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신용등급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은 2022년 'A·긍정적'에서 시작해 2023년 'A-·부정적'을 거쳐 BBB+까지 떨어졌다.기업신용평가업체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11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효성화학은 차입금 만기구조가 짧아져 유동성 대응부담도 증가하고 있고 화학업황이 단기간 반등하기도 쉽지 않아 수익성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러한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재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우호적이지 않은 화학업황을 감안하면 효성화학의 수익성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효성화학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는 급증한 부채비율이 꼽힌다.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353.8%에서 2022년 말 2631.8%, 2023년 말 4934.6%를 기록했으며, 2024년 3분기 말에는 무려 9779.3%까지 치솟았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 원이 넘는다,효성화학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효성화학은 2024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로 인해 올해 3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베트남 프로젝트, '아픈 손가락' 신세로효성화학의 재무 위기를 심화시킨 주범으로는 베트남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이 꼽힌다.조현준 회장은 효성화학을 통해 2018년부터 약 2조 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설립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조현준 회장은 베트남을 효성의 글로벌 전략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조 회장은 2016년 11월에 이어 2018년 2월 베트남을 두 번째 방문한 자리에서 응우옌쑤언푹 당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은 효성의 글로벌 시장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며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분만 아니라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PP 시황 둔화와 현지 운영의 불확실성 등으로 효성비나케미칼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는 효성화학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더욱이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폴리프로필렌(PP) 증설 투자를 주도하면서, PP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효성비나케미칼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효성비나케미칼의 주력 생산 제품이 PP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PP 자급률 상승은 효성화학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은 효성화학의 채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2025년 2월25일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채무보증 전체 잔액은 2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위기 극복 위한 조현준 회장의 승부수효성화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조현준 회장은 여러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다.조 회장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 원에 효성티앤씨에 매각했다.특수가스 사업은 '알짜 사업부'로 불리지만, 설비 투자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효성화학의 재무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특수가스 사업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조 회장은 이를 통해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건종 효성화학 대표는 2025년 1월 '올해 상반기까지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또한 효성화학은 온산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 효성에 1500억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올해 2월 체결하며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섰다.조 회장은 이외에도 효성화학의 옵티컬 필름과 필름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화학의 잇따른 자산 매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경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특히,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PP 시황이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매각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효성화학이 2025년 3월12일 특정목적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자본금 전액잠식 상태를 해소하였음을 공시함으로써 주식거래 재개와 관련된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된 것이다.조현준 회장으로서는 효성화학에 불어닥친 재무위기를 이번에 해소해야 효성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조장우 기자
HS효성첨단소재 알짜사업을 팔려는 HS효성그룹, 인수합병 능한 조현상 눈이 가는 곳은
조현상 HS효성그룹 부회장은 남다른 인수합병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씨저널]효성그룹이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그룹으로 계열 분리를 마무리 짓고 독립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이는 형제간 독립 경영을 통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 집중해 그룹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특히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HS효성그룹은 효성첨단소재를 주축으로 첨단소재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삼고, 한편으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HS효성의 주요 계열사로는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토요타, 광주일보가 있는데 이 가운데 HS효성첨단소재가 향후 사업재편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조현상 타이어 스틸코드 매각, '신의 한 수' 될까?조현상 부회장은 HS효성그룹의 독립 경영을 시작하며 첨단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조 부회장은 HS효성첨단소재의 알짜사업인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을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함으로써 사업재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채비를 하고 있다.타이어 스틸코드는 타이어 제조 핵심 소재 가운데 하나로 와이어를 여러 개 합쳐놓아 차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보강재다.최근 전기차 배터리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고강도 타이어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타이어 스틸코드 시장은 2022년 50억3천만 달러에서 2030년 77억5천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의 매각 예비입찰에는 2025년 4월, 스틱, JKL, 베인 등 유수의 투자기업들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매각가는 1조 원대 중반으로 예상되고 있다.HS효성첨단소재의 스틸코드 사업 부문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500억 원 수준에 달하며 이는 경쟁사 베카르트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다.스틸코드 사업은 HS효성첨단소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조현상 부회장의 매각 결정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하지만 그동안 효성그룹에서 인수합병에 성과를 보였던 조현상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사업재편의 청사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업계 일각에서는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을 1조5천억 원 규모로 매각해 인공지능이나 배터리, 반도체 소재,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앞서 HS효성첨단소재는 2024년 11월 양극재 세계 2위 배터리 소재 업체인 유미코아에 448억 원을 투자했고 2022년에도 양극재 기업 우전지앤에프 지분 60%를 327억 원에 매입하며 사업재편에 나선 바 있다.◆ 인수합병에 능숙한 조현상, 꼼꼼한 성격 바탕 둔 리더십조현상 부회장이 사업재편의 한 방안으로 인수합병을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배경에는 앞선 사례뿐만 아니라 그의 선 굵은 경영스타일도 자리잡고 있다.조 부회장은 다국적 컨설팅기업인 베인앤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조현상은 1994년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베인앤컴퍼니에 입사해 서울지사와 도쿄지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그 뒤 아버지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름을 받고 효성 구조조정TFT 경영혁신팀에 입사해 사내 컨설턴트 역할로 구조조정 자문 등의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효성 전략본부에서만 15년 넘게 일하며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 에어백용 원단 등 자동차용 소재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인수합병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인수합병에 회의적 시각을 지닌 경영진들은 물론이고 1년 넘게 피인수기업 경영진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효성그룹 내에서 조현상을 두고 '협상에 능숙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사업 호조 속 첨단 섬유사업 재도약 노려조 부회장은 HS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에서 꾸준히 실적을 내고 있는 타이어코드 사업과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 매각을 통한 현금을 바탕으로 첨단 섬유사업에서도 재도약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HS효성첨단소재는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3조 3112억 원, 영업이익 218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4%, 26.2% 증가했다.특히 HS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다만 탄소섬유를 비롯한 첨단 섬유사업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은 HS효성첨단소재의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탄소섬유는 원사(실) 안에 탄소가 92% 이상 함유된 섬유로 철보다 무게가 1/4에 불과하지만 10배의 강도 7배의 탄성을 지닌 신소재다.수소전기차와 수소연료탱크 등 고압용기의 핵심소재로 쓰이지만 최근 중국기업의 대규모 증설로 공급과잉과 가격 하락에 직면해 HS효성첨단소재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조현상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에 HS효성첨단소재의 베트남 탄소섬유 신규설비가 가동을 시작하면 수익성 회복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염두에 두고 경영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위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 2분기 이후 HS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1~2호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면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베트남 지역에서 생산할 탄소섬유는 국내에서 생산한 탄소섬유 수출 판매가와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고 말했다.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이사도 조현상 부회장의 경영구상과 시장상황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구체적으로 꾸려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성 대표는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내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과 함께 글로벌 경제 저성장이 예상되는 등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면서도 '신규 설비도입을 통한 기술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원가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함으로써 시장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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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효성화학 천문학적 부채와 힘겨운 싸움, 효성그룹으로 위기 전이 분수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화학을 정상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심각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효성화학의 재도약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효성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이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불어나는 부채로 그룹 전체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효성의 주력계열사인 효성티앤씨와 지주사 효성이 지원에 나섰지만 자칫 효성그룹 전체에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효성화학, 깊어지는 재무적 위기 효성화학의 재무 상황은 여러 지표에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4년 연간 잠정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2조 8382억 원이지만 영업손실은 1705억 원에 달한다. 특히 특수가스 사업 손익을 제외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화학 사업 부문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신용등급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은 2022년 'A·긍정적'에서 시작해 2023년 'A-·부정적'을 거쳐 BBB+까지 떨어졌다. 기업신용평가업체 한국신용평가는 2024년 11월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효성화학은 차입금 만기구조가 짧아져 유동성 대응부담도 증가하고 있고 화학업황이 단기간 반등하기도 쉽지 않아 수익성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져 재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우호적이지 않은 화학업황을 감안하면 효성화학의 수익성 개선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불안정한 재무구조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화학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는 급증한 부채비율이 꼽힌다.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353.8%에서 2022년 말 2631.8%, 2023년 말 4934.6%를 기록했으며, 2024년 3분기 말에는 무려 9779.3%까지 치솟았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만 2조 원이 넘는다, 효성화학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2024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이로 인해 올해 3월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베트남 프로젝트, '아픈 손가락' 신세로 효성화학의 재무 위기를 심화시킨 주범으로는 베트남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이 꼽힌다. 조현준 회장은 효성화학을 통해 2018년부터 약 2조 원을 투자해 베트남에 폴리프로필렌(PP) 공장을 설립하며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다. 조현준 회장은 베트남을 효성의 글로벌 전략 기지로 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조 회장은 2016년 11월에 이어 2018년 2월 베트남을 두 번째 방문한 자리에서 응우옌쑤언푹 당시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은 효성의 글로벌 시장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다"며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분만 아니라 화학과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PP 시황 둔화와 현지 운영의 불확실성 등으로 효성비나케미칼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는 효성화학 전체의 재무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폴리프로필렌(PP) 증설 투자를 주도하면서, PP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효성비나케미칼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효성비나케미칼의 주력 생산 제품이 PP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PP 자급률 상승은 효성화학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효성비나케미칼의 부진은 효성화학의 채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2025년 2월25일 기준으로 효성화학의 채무보증 전체 잔액은 2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 위기 극복 위한 조현준 회장의 승부수 효성화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조현준 회장은 여러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다. 조 회장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효성화학의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 원에 효성티앤씨에 매각했다. 특수가스 사업은 '알짜 사업부'로 불리지만, 설비 투자 부담이 크고 수익성이 낮아 효성화학의 재무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특수가스 사업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과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조 회장은 이를 통해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재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는 2025년 1월 '올해 상반기까지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재무 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한 효성화학은 온산 탱크터미널 사업부를 지주사 효성에 1500억 원에 양도하는 계약을 올해 2월 체결하며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섰다. 조 회장은 이외에도 효성화학의 옵티컬 필름과 필름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는 등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효성화학의 잇따른 자산 매각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는 가능하겠지만, 석유화학 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경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PP 시황이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불투명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매각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효성화학이 2025년 3월12일 특정목적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자본금 전액잠식 상태를 해소하였음을 공시함으로써 주식거래 재개와 관련된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된 것이다. 조현준 회장으로서는 효성화학에 불어닥친 재무위기를 이번에 해소해야 효성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
절친 할아버지의 손자들이 '원수' 된 사연, 고려아연 어쩌다 최씨와 장씨 전쟁터 됐나
영풍그룹의 두 창업주,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는 '형제'보다도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후손들은 고려아연이라는 전쟁터에서 서로 맞붙고 있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그래픽 씨저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1차전에서 최씨 일가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고려아연 측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무기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25.42%의 의결권을 무력화시키면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풍그룹 오너일가인 장씨 일가, 그리고 그들과 손을 잡은 MBK파트너스가 법적 대응을 이어나가고 있고, 이사회 진입도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영풍그룹의 두 창업주, 장병희 창업주와 최기호 창업주는 '형제'보다도 가까웠던 사이로 알려졌다. 그 후손들은 왜 고려아연이라는 전쟁터에서 서로 맞붙게 된 것일까? ◆ 영풍의 모태, 두 창업주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된 동행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영풍그룹의 사업 가운데 일반 소비자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영풍문고'이지만, 그룹의 실질적 주력 사업은 아연·납·구리 등 비철금속 제련이다. 그리고 이 비철금속 제련 사업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 바로 고려아연이다. 영풍그룹의 출발점은 1949년 세워진 영풍기업이다. 황해도 출신 장병희와 최기호, 두 창업주는 해방 이후 월남해 남대문시장에서 각각 농기계와 발전기를 팔며 생계를 꾸려오다가 서로의 사업 수완을 인정하며 급속히 가까워졌다. 결국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영풍기업을 공동 설립했다. 광산업을 주력으로 하던 영풍그룹의 주력 사업이 변화한 계기가 바로 1974년 고려아연의 설립이다. 1974년, 박정희 정권의 '소재 자립' 기조에 발맞춰 영풍은 50%를 출자해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나머지 50%는 국고 지원과 외부 투자자 등으로 충당했다. 두 창업주의 돈독한 관계는 각 가문의 2세대인 장형진(장병희 창업주의 장남) 회장, 최창걸(최기호 창업주의 장남)으로도 이어졌고, 지분 역시 지주회사격인 영풍의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나눠 가지며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 무너지기 시작한 균형, 지분 매각과 순환출자 해소 이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2대 장형진, 최창걸 회장 때다. 2000년대 들어 최씨 일가가 조금씩 영풍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씨 일가가 영풍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최씨 일가의 개인 사업이 실패해 자금이 필요해졌다, 다른 계열사의 승계를 위한 상속 자금이 부족했다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나왔을 뿐이다. 같은 시기 장씨 일가는 오히려 영풍, 코리아써키트, 서린상사 등 그룹 주요 회사들의 지분을 오히려 사들이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무게추가 장씨 일가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씨 일가는 영풍 지분 10%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서린상사의 최대주주였고, 이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최씨 일가는 여전히 영풍에 어느 정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또한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에 대한 최씨 일가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모습을 보였기에 겉으로는 공동경영이 계속 유지됐다. 전환점은 2017년이었다. 정부가 순환출자 해소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영풍그룹 역시 영풍->고려아연->서린상사->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결국 장형진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서린상사가 보유하고 있었던 영풍 지분 10%를 완전히 사들였고, 서린상사의 영풍 지배력이 사라지면서 영풍에 대한 최씨 일가의 지배력도 함께 사라졌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영풍 지분은 장씨 일가가 29.29%, 장씨 일가가 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는 영풍개발이 15.53%를 보유하고 있다. 최씨 일가는 영풍 지분의 6.16%를, 최씨 일가가 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는 영풍정밀은 4.39%를 들고 있다. ◆ 고려아연 대표 오른 최윤범, 계열분리의 신호를 보이다 문제는 영풍그룹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석포제련소가 환경 규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으로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여전히 수천억 원, 많게는 1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풍의 사업이 계속 난항을 겪으면서 영풍에게 고려아연의 배당금은 사막 속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가 됐다. 영풍은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당기순손실 834억 원, 3278억 원을 냈는데 고려아연에게서 받은 배당금은 2023년 1607억 원, 2024년 824억 원이다. 이런 상황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는 마뜩찮은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24년 3월 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은 주당 5천 원의 결산 배당 안건을, 영풍은 주당 1만 원의 결산 배당 안건을 상정했고,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서 최씨 일가가 '판정승'을 거뒀다. 루비콘 강을 건넌 최씨 일가는 본격적으로 독립을 준비했다. 현재는 KZ트레이딩으로 이름을 바꾼 서린상사는 고려아연과 반대 상황에 놓여있는 기업이다. 대주주는 최씨일가지만, 당시 경영은 장형진 회장의 둘째 아들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이사가 맡고 있었다. 2024년 6월, 서린상사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원래 고려아연 측 4명, 영풍 측 3명이었던 이사회를 고려아연 측 8명, 영풍 측 2명으로 재편했다. 장세환 대표는 사임했다. 최윤범 회장의 '독립 준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 회장은 LG화학, 한화와의 자사주 맞교환 등을 통해 고려아연 독립을 위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최 회장이 계열분리를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장씨 일가는 이에 맞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최윤범 회장의 독립 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응이었다. 이에 더해 장형진 회장과 최윤범 회장 사이 경영 철학에 대한 차이도 갈등의 불씨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회장은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스타일이라면, 최 회장은 과감하게 신사업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장 회장은 2024년 9월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 회장이 고려아연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외로웠다"라며 "나는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사업을) 하자고 했고, 그런 면에서 의견차가 있었다"고 말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오른쪽)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2013년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 회의실에서 정기 이사회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영풍그룹> ◆ 고려아연, 계속될 '지배구조 전쟁'의 무대 문제는 이 싸움이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 둘 모두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수익원일 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 역시 고려아연을 향한 매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독립에 성공한다면 영풍그룹 전체 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최씨 일가는 영풍그룹에서 고려아연과 KZ트레이딩(옛 서린상사), 영풍정밀의 경영권만 쥐고 있다.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상실하게 된다면 사실상 영풍그룹에서 최씨 일가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친했던 두 사람의 후손들이, 75년 공동경영의 끝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일단 제 1라운드는 최씨 일가의 우세로 마무리됐지만, 분쟁은 끝나지 않았다. MBK파트너스와 장형진 회장은 소송 등을 통해 재반격에 나설 뜻을 내비쳤고, 지배구조와 의결권 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정싸움 뿐만 아니라 내년 주주총회에서의 반격도 기다리고 있다"라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LX그룹 '1등 DNA'와 '반도체' 갈 길 멀다, 구본준 삼성맨에게 LX세미콘 맡길 정도로 강한 열망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애정은 무척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 씨저널>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말고 1등 DNA를 LX 전체에 뿌리내리자.'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2021년 LX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할 당시 했던 말이다. LX그룹은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MMA 등 5개의 주요 자회사를 거느리며 빠르게 성장하며 어느덧 출범 5년차를 맞이했다. 출범 당시 '1등 DNA'를 그룹 전체에 심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는 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을 통해 구체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반도체를 향한 구 회장의 꿈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X세미콘은 2022년 국내 팹리스 기업 최초로 연매출 2조 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며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LX세미콘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황 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구동 칩(DDI) 시장의 경쟁 심화,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LX그룹 반도체 사업 이끄는 LX세미콘, 'DDI' 외에는 길이 없나? LX세미콘은 디스플레이의 각 화소에 적절한 전압을 공급하여 색과 밝기를 조절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력으로 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매출의 약 90%가 DDI에서 발생할 정도로 DDI 의존도가 매우 높다. 주요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유력 패널 제조업체로 이 고객사의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에 따라 LX세미콘의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를 띄고 있다. 문제는 DDI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DDI 시장 규모는 2023년 95억 달러에서 2030년 75억 달러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레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DDI 분야에서 중국업체의 저가공세가 거세지고 DDI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더욱이 LX세미콘의 주력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가 원가 절감을 위해 아이폰 OLED용 DDI 공급망을 대만 노바텍으로 이원화하면서 LX세미콘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글로벌 DDI 2위 기업인 노바텍은 2024년 LG디스플레이에 DDI 공급을 시작하면서 LX세미콘과 경쟁하고 있다. 노바텍은 가격을 무기로 LX세미콘의 공급물량을 가져갔으며 LX세미콘의 LG디스플레이 내부 점유율은 4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윤태 LX세미콘 대표이사 사장은 LX세미콘의 미래먹거리를 발굴해 재도약시킬 과제를 안았다. <그래픽 씨저널> ◆ 신사업 이끄는 이윤태, '미래 먹거리'로 LX세미콘 재도약 성공시킬까? LX세미콘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차세대 전력반도체, 전기자동차 등에 활용되는 방열기판 등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이 강조한 1등 DNA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의 새로운 방향설정을 향한 의지는 2023년 말 인사에서 실리콘웍스 시절부터 함께 했던 손보익 사장을 대신해 '삼성맨' 출신 이윤태 사장을 영입하는 데에서도 드러났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 LCD사업부문 등을 거친 전통적 삼성맨으로 삼성전기 대표 시절 전장사업을 주도적으로 육성해 체질개선을 한 인물이다. 구 회장은 그동안 LG그룹에서 성장한 임원들을 중심으로 LX그룹을 이끌어왔지만 이례적으로 외부인재인 이 대표를 영입하면서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LX세미콘이 새롭게 밀고 있는 방열기판은 전력 소자의 열을 밖으로 확산하기 위해 높은 열 전도성을 갖는 기판이다. 전기차, 친환경 에너지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LX세미콘은 2021년 일본 방열소재 업체 FJ머티리얼즈의 지분을 인수하며 차량용 방열기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바 있다.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로서 제조업 기반이 없었지만 2022년에는 경기 시흥에 방열기판 생산 공장을 완공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차량용 전력반도체 역시 LX세미콘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LX세미콘은 전력 반도체 설계기술 개발을 통해 가전제품, 스마트 기기,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LX세미콘은 DDI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본준 회장은 올해 3월 열린 LX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변화의 가속도를 붙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만큼 LX세미콘의 변화 여부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2025년은 국내 정세의 불확실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각종 리스크가 산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금리 및 환율의 급변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LX는 위기 대응체제를 고도화해 사업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반도체를 향한 구본준의 꿈 구본준 회장의 반도체 산업 분야를 향한 포부는 깊고도 넓다. 구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임원과 최고경영자(CEO_를 두루 거치면서 반도체와 얽혀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반도체를 향한 그의 집념은 도드라졌다. 구 회장은 1998년 12월 LG반도체 사장으로서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현대·LG 반도체 통합'이 현대전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미국 경영컨설팅기업 ADL의 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외환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대기업들의 중복 사업군을 통합하는 '빅딜'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었으며, ADL은 반도체 사업의 주체로 LG보다는 현대전자가 적합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구 회장은 "ADL은 왜곡된 자료를 사용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했으며, 편파적인 평가와 부정확한 자료 작성을 통해 LG반도체에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혔다'며 'ADL의 평가는 공정성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에 따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1999년 5월 현대전자는 LG반도체 지분 59%를 약 2조59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구본준 회장이 일찍이 반도체를 LG그룹 전체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꿈은 무산됐던 것이다. 구 회장은 LG반도체에서 접었던 꿈을 2021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LX세미콘을 통해 다시 이루려 노력해왔다. 당시 LX그룹 집무실 외에 LX세미콘에도 사무실을 연 것에서 각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구 회장의 반도체를 향한 꿈이 LX세미콘의 재도약으로 다시 빛을 볼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뉴 CEO 프로파일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공격적 인수합병·기술투자로 미래동력 집중, 정체된 그룹 성장 반등은 과제 [2025년]
이종우 제우스 대표이사
엔지니어 출신 오너 2세, 임직원 배려 정도경영 중시 [2025년]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이사
'상어가족' 만든 캐릭터 IP 기업 창업주, 글로벌 시장 공략 집중 [2025년]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마케팅 역량 높은 오너 2세, 유동성 위기로 애경산업 매각 추진 [2025년]
뉴 채널 WHO
석유화학 업황 위기에 LG화학 신학철의 선택, 고부가 '스페셜티' 강화
LG화학은 1분기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적 대부분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돼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SK텔레콤 유심 해킹사고 인지 후, 24시간내에 보고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이 해킹 공격을 처음으로 인지한 시점이 당초 보다 하루 빨랐고 24시간 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SK텔레콤 유심보호 서비스 안내 시작, 가입하면 로밍 차단 주의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추가적 안전 조치를 원하는 가입자를 위한 ‘유심보호 서비스(무료)’를 가입 안내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SPC그룹 향한 소비자 신뢰 회복의 분기점, 허영인 진짜 중요한 재판 남았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무죄 판결로 SP
crown
CEO UP & DOWN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그룹이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개인 지분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은 2017년 SK실트론 인수 당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통해 29.4%의 지분을 간접 보유하게 되었으며, 해당 계약은 2027년 만료 예정이다. 현재 SK는 보유 중인 SK실트론 지분 70.6%의 매각을 추진 중이나, 최 회장의 지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공정거래위원회가 SK실트론 인수 과정에서 최 회장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전례가 있어, 사익편취 논란 재점화를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최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조3808억 원의 재산 분할 판결을 받았으며, 이에 따른 재원 마련 방안으로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유영상
SK텔레콤이 최근 보안 문제로 인해 고객 신뢰도에 타격을 입고 있다. SK텔레콤은 4월19일 해커로 인해 전화번호, 고유식별번호, 인증키값 등 가입자 유심 정보를 관리하는 홈가입자서버(HSS)가 악성코드로 감염되고 내부 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유영상 대표의 리더십과 회사의 보안 체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영상 CEO는 25일 오전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를 열어 “고객의 소중한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책무를 가진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저를 비롯해 SK텔레콤 임직원 모두 깊은 유감과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MBK파트너스 회장
김병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하고, 상당 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MBK와 홈플러스가 납품업체에 대한 상거래 채권 변제 지연, 임대료 미지급 등의 행태를 보였으며, 경영 실패 책임이 있는 자의 자구책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비 통보를 받은 뒤 다양한 신용 보강 방안을 제시했다"며 사전 인지를 부인하고 있다.
한화임팩트 및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김희철
미국 해군 장관의 방한과 한미 조선 협력 강화 발언이 조선업체들 주가를 급등시켰다. 특히 한화오션은 ‘대장주’로 꼽히며 4월25일 하루에만 주가가 11.12% 급등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존 펠란 미 해군장관은 30일 방한해 한화오션의 거제조선소와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를 시찰한다. 펠란 장관은 미 해군의 군함의 MRO(유지보수정비)와 건조 사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한화오션은 이미 2024년에 미국 군함 MRO 사업 2건(4만톤급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함 창정비 사업, 미국 해군 7함대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이준희
삼성SDS가 2025년 1분기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매출 호조와 AI 수요 확대 기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6,529억 원을 기록하며, IT서비스 부문 매출의 4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삼성SDS는 "올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산업 환경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클라우드 및 생성형 AI 서비스, 첼로스퀘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 주가는 4월 17일부터 24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