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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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경그룹 위기는 어디서 비롯됐나, 장영신 채형석 채동석 가족경영의 그림자
- 장영신 회장(앞줄 가운데)이 2005년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뒷줄의 남성 4명은 왼쪽부터 차례로 장남 채형석 부회장, 3남 채승석 사장, 차남 채동석 부회장, 사위 안용찬 부회장. <애경그룹> 애경그룹이 창사 7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328.7%까지 치솟았으며 유동성 공급을 위해 그룹 모태기업인 애경산업의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리테일 아포칼립스'에 따른 AK플라자의 적자 누적, 코로나19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가 회복 중인 제주항공, 석유화학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분투하고 있는 애경케미칼 등 계열사들의 상황 역시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애경그룹 위기의 이유는 표면적으로 유통업 침체, 팬데믹 후폭풍, 고유가와 고환율, 석유화학업계 불황 등 외부 환경이 꼽힌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너일가 중심의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의 부재 등 내부적 요인이 구조적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 옥상옥 지배구조와 이사회 독립성의 실종 애경그룹의 지배구조를 설명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는 '옥상옥'이다. 지붕 위에 또 지붕이 있다는 뜻이다.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비상장 계열사인 애경자산관리다. 애경자산관리는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AK홀딩스의 지분 18.91%를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애경자산관리가 2020년, 2021년에 총매출의 약 80%를 계열사 내부거래에서 벌어들였다는 점이다. 2021년에 애경자산관리의 IT 부문이 AK아이에스로 분리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축소됐지만, '가족 회사'에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줘 성장시켰다는 근본적 문제는 남아있기 때문에 여전히 애경자산관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애경그룹이 애경자산관리에 일감을 몰아준 이유를 두고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분 승계 시점에 애경자산관리와 AK홀딩스를 합병해 AK홀딩스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애경자산관리의 몸집을 불렸다는 것이다.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이사회 구성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AK홀딩스 이사회는 총 8명(채동석 기타 비상무이사 포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3명뿐이다. 상법 제542조의8 1항에 따르면 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해야 한다. AK홀딩스의 자산규모는 202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5조3369억 원이다. 상법상 대규모 상장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위기를 '시대 탓'으로 돌리기에는 애경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애경그룹의 위기를 단순히 '시대 탓'으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코로나19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인해 '리테일 아포칼립스'가 찾아오면서 유통업 전반이 침체됐고, AK플라자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 등 소위 '유통 공룡'들도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고난의 행군'에서 막 벗어났고 LCC업계의 경쟁 심화 역시 제주항공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애경그룹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눈에 띄는 전략적 대응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신사업 진출, 신성장동력 발굴 등의 눈에 띄는 행보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현금창출이 가능한 계열사에 의존해 '버티는 경영'을 이어왔다. 2008년 10월21일 한국외국어대 국제관에서 열린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흉상 제막식. 사진 왼쪽부터 이명호 외대 부총장, 박철 총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 ◆ 가족경영의 명과 암, 책임경영은 가능한가 오너경영은 신속한 의사결정, 장기적 전략 구사 등 긍정적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만큼 투명성과 책임의식, 독립적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 애경그룹은 이번 위기를 통해 가족 중심 경영체계의 '그림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책임 경영의 실종, 견제 장치의 부재, 투명하지 않은 지배구조 등 복합적 문제가 누적되어 결국 기업의 생존 기반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특히 장영신 회장에서 채형석 총괄부회장으로의 실질적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현재, 애경그룹은 단순한 체질 개선이 아니라 근본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경그룹은 예전부터 가족 경영의 대명사 격인 그룹이었지만, 채형석 부회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애경이 언제까지 '채씨 집안'의 회사일 수는 없다는 뜻을 보인 적이 있다. "애경이 좋은 회사로 영속하길 바라지만, 언제까지 채씨 집안만의 회사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까. 본인이 원한다 해도 능력을 인정받는 경영인으로 성장한다면 모를까, 이 자리를 그대로 물려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채형석 부회장이 2006년 5월11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다. 채형석 부회장의 '진심'이 20년이 지난 현재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전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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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꿈꾸는 애경그룹의 항공으로 대전환, 덩치 키우다 몰락한 팬암의 교훈
- 4년 내 1천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던 제주항공은 한 해에 거의 2조 원의 매출을 내는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로 자리를 잡았다. 제주항공이 최근 저비용항공사 업계의 합종연횡으로 경쟁사들의 추격에 직면해 있다. <그래픽 씨저널> 300억 원과 1조9358억 원. 제주항공의 취항 첫해인 2006년 목표 매출과 2024년 매출이다. 4년 내 1천억 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던 제주항공은 한 해에 거의 2조 원의 매출을 내는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런 제주항공의 성장에 발맞춰 애경그룹은 '생활'에서 '항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특히 애경그룹이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형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의 체질을 제조업과 소매업 중심에서 항공업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경산업은 장영신 회장이 손수 일군 생활용품 기업이자, 그룹의 모태라 불리는 핵심 계열사다. 그런 회사를 내려놓는다는 선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그룹 정체성 자체를 바꾸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 '생활'을 정리하고 '항공'에 베팅한 채형석 애경산업은 오랫동안 그룹의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왔다. 세제·화장품·생활용품이라는 '필수재' 위주의 사업구조는 경기 변동에도 비교적 영향을 덜받았으며 유통업을 담당하고 있는 AK플라자와 함께 애경그룹의 정체성을 소비자와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는 '생활 기업'으로 규정짓는 데 큰 지분을 차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애경그룹이 유통산업의 침체, 항공산업의 고비용 구조, 화학 부문의 시황 둔화라는 악재 속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채형석 부회장은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채 부회장은 기업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애경산업을 지키면서 위기를 조금씩 헤쳐나가느냐, 혹은 애경산업을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단숨에 위기를 탈출한 뒤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키느냐의 두가지 길 중에 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애경산업의 매각이 완료되면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애경그룹의 투자와 전략적 자원이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애경산업 매각을 통해 확보한 유동성은 항공업계 인수전, 혹은 기단 확대의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제주항공, '덩치 경쟁'의 한가운데에 서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는 지금 대격변의 한가운데에 있다.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의 합병으로 초대형 LCC가 출현을 앞두고 있으며,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결합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재 LCC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항공으로서는 단숨에 '덩치'에서 밀릴 수 있는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항공업 특성상 기재 운영, 슬롯 확보, 인력 구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만큼, 경쟁사 대비 몸집이 작아지면 비용 구조와 수익성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도 2023년 7월 임직원 메시지에서 "M&A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항공사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팬암이 남긴 교훈, 덩치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덩치 키우기'가 항공사 사이의 경쟁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기단의 확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가 반드시 항공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팬아메리칸항공(팬암)의 몰락은 무리한 확장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팬암은 미국 항공산업의 선구자이자 1900년대 중반 미국의 하늘길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항공사다. 전성기에는 맥도날드에 비견될 정도로 세계적 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급격하게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극복하고 다시 흑자가 나기 시작하자 팬암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견제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1980년 내셔널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팬암을 몰락의 길로 이끌고 말았다. 팬암의 덩치는 순식간에 커졌지만 이미 1970년대 위기를 헤쳐왔던 팬암은 커진 덩치에 따른 막대한 고정비 지출과 수익성 악화를 견딜 수 없었다. 결국 팬암은 이때 받은 타격을 끝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1991년 12월4일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파산하고 말았다. 팬암의 사례가 특히 의미있는 것은 1980년 팬암의 상황과 현재 제주항공의 상황이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이다. 팬암이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연속 적자를 냈고 1970년 후반부터 겨우 흑자를 회복한 것처럼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가 2023년부터 흑자로 다시 돌아섰다. 또한 팬암이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후발주자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던 것처럼 제주항공 역시 LCC 업계의 합종연횡에 쫓기고 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시아나항공에서 전략기획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이자 항공기획전문가로 항공업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신중하고 실용적 경영 스타일의 소유자다. <그래픽 씨저널> ◆ 항공 중심의 전환, 제주항공이 짊어진 그룹의 미래 채형석은 애경그룹의 '대전환'을 통해 제주항공의 어깨 위에 그룹을 올리려 하고 있다. 과거 그룹 전체의 기둥 역할을 했던 애경산업을 정리하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항공이 새로운 중심이 되지 못한다면 애경그룹 전체의 존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노재팬 운동 등에서 보듯이 항공업은 특성상 외부 변수에 크게 휘둘리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국제유가, 환율, 안전 문제, 노선 경쟁, 국제 정세 등 예측 불가능한 요소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인수합병이나 투자 확대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제주항공 역시 무리한 인수와 확장보다는, 재무 건전성과 시너지 가능성을 따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 수장을 맡고 있는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의 이력도 주목된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전략기획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전문가이자 항공기획전문가로 항공업계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신중하고 실용적 경영 스타일의 소유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한정승인 사태의 책임을 지고 나온 회사를 나왔던 만큼, 재무적 부담이 회사를 어떻게 망가트릴 수 있는지와 관련해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은 채형석 부회장이 항공업에 '올인'하겠다는 신호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기둥이었던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은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안정적 사업구조를 보여줬던 애경산업을 대신해 제주항공이 그룹의 기둥 역할을 하려면 확장과 내실이라는 두 축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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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신 '피땀눈물' 어린 애경산업 매각, 채형석은 어머니를 어떻게 설득했을까
- 애경그룹의 뿌리는 애경산업이다. 애경그룹이 최근 그런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씨저널> "뿌리깊은 나무는 어떤 세찬 비바람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세종대왕이 조선 왕가의 조상들을 기리기 위해 지은 '용비어천가' 제 2장의 첫 구절이다. 그리고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애경그룹 60주년 기념사에서 인용한 구절이기도 하다. 애경그룹의 '뿌리'는 애경산업이다. 장영신 회장이 전업주부에서 기업인으로 변신해 직접 키워낸 기업이며, 애경그룹 전체의 모태이기도 하다. 항공업도, 유통업도 모두 이 애경산업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애경그룹은 최근 애경산업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룹의 뿌리를 잘라내 파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 장영신과 사실상 '한몸'인 애경산업, 애경그룹 모태가 되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 오너 일가의 여러 경영자 가운데서도 특히 장 회장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애경산업의 전신은 애경그룹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이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설립한 '대륭산업'이다. 1966년 주방세제 '트리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장 회장은 애경그룹 창업주인 채몽인 회장이 1970년 갑작스럽게 타계한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장 회장은 아내로서의 의리, 그리고 애경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등이 주부였던 장 회장이 기업의 경영자로 변신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한 바 있다. 애경그룹은 생활용품 생산 사업과 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성장했는데, 1973년 제 1차 석유파동, 그리고 1979년 제 2차 석유파동 등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는다. 이 때 장 회장의 승부수가 바로 '애경산업'의 설립이었다. 장 회장은 1984년 영국의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와 합작법인 애경산업을 세운 뒤 애경유지공업(옛 대륭산업)의 생활용품 부문을 인수한다. 애경산업은 자체적으로 생활용품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유니레버의 한국 판매용 화장품을 생산하면서 유니레버의 기술력을 흡수했고, 결국 애경산업은 생활용품·화장품 사업이라는 현재 애경산업의 양대 축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애경산업의 부문별 매출은 생활용품 4603억 원, 화장품 3323억 원 정도로 매출 비중은 약 1.38:1이다. 이후 애경산업의 '2080치약', '케라시스' 등 대표 브랜드들이 대중화되면서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자리잡았다. 장 회장은 이후에도 애경백화점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복합쇼핑몰 'AK플라자'등도 선보이며 유통 업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2005년에는 제주항공까지 설립하면서 그룹의 영역을 넓혀갔다. 그야말로 애경산업이 애경그룹 모든 사업들의 모태가 된 셈이다. 단순히 뿌리로서 의미뿐 아니라 애경산업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도 오랫동안 톡톡히 해왔다. 특히 그룹의 또다른 한 축이었던 제주항공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내는 동안 애경산업은 각각 영업흑자 606억 원, 224억 원, 244억 원, 390억 원을 내면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탱하기도 했다. ◆ 애경그룹은 왜 애경산업 팔까, 유동성 위기의 한가운데서 '팔릴만한' 계열사 이런 애경산업을 애경그룹이 팔겠다고 나선 이유는 최근 수년 동안 이어진 애경그룹의 유동성 위기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유통사업을 맡고 있는 에이케이플라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애경산업과 애경유화만이 꾸준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흑자 규모는 수백억 원 수준으로 크지 못하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지주회사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022년 294.6%, 2023년 310.7%, 2024년 말 328.7%로 계속 증가했다. 적자를 탈출한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무한경쟁과 통폐합 속에서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고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는 애경유화 역시 글로벌 화학 시황 둔화라는 위기 속에 놓여있다. 그룹이 어려울 때 '알짜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실한 기업은 애초에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애경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매각대상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애경산업이다. 크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영업흑자를 내면서 다른 계열사와 비교해 비교적 재무 구조가 건전하고 화장품·생활용품이라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탄탄해 좋은 값에 팔릴 수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1972년 애경그룹의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할 무렵의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애경그룹> ◆ 채형석은 어떻게 장영신 설득했을까, '상징보다 생존' 문제는 애경산업이 그룹의 모태일 뿐 아니라 장영신 회장의 애착이 가장 큰 회사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애경산업 매각이라는 커다란 결정을 끌어낸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채 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1936년생, 올해로 90세를 맞은 장영신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 내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자인 셈이다. 채 부회장은 유통산업의 침체, 항공산업의 고비용 구조, 화학 부문의 시황 둔화라는 '퍼펙트 스톰' 속에서 그룹의 생존을 위한 해법으로 애경산업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애경산업의 매각은 애경그룹이 과거의 '생활용품 기업'에서 항공사업과 화학사업 중심의 새로운 포트폴리오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그룹의 '대전환'은 채 부회장이 장 회장을 설득하는 가장 큰 무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애경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가장 핵심적 기업"이라며 "그런 회사를 정리하기로 한 결정은 매우 상징적 결정인 동시에 절박한 선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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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연매출 40조 만든 김범석의 양 날개, 법조인 출신 강한승과 창업공신 박대준
-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왼쪽 두번째)가 2024년 8월25일 '핵서울2024'행사에서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쿠팡> 2024년 매출 41조2901억 원, 영업이익 6023억 원. 처음으로 '로켓배송'을 들고 나왔을 때에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계획한 적자'라고 설명했을 때에도 쿠팡은 끊임없이 성공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쿠팡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쿠팡 성장의 중심에는 당연하게도 창업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김범석 의장만큼이나 중요하게 거론되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김 의장이 실무를 내려놓은 2020년 말부터 쿠팡을 이끌고 있는 두 대표이사, 강한승 대표와 박대준 대표다. ◆ 쿠팡 운영의 '기둥' 강한승, 내실과 시스템으로 외형을 뒷받침하다 강한승 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다. 서울고등법원 판사, 청와대 법무비서관,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쿠팡에 합류했다. 쿠팡이 법률적 이슈에 직면했을 때 김앤장에서 해당 사건을 맡았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강 대표는 쿠팡의 기업 운영 전반을 시스템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인사·노무·재무·법무 등 각 기능 부문의 정비를 통해 쿠팡이 글로벌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구조로 체질을 바꿨다. 그의 주도 아래 쿠팡은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는 쿠팡이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강한승 대표는 '경청 리더십'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본인이 사업의 전문가가 아니라 법률의 전문가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주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현장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최대한 존중한다"며 "조직 안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하며 답을 찾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 24년차 '쿠팡맨' 박대준, 쿠팡이츠·쿠팡플레이의 설계자 박대준 대표는 사실상 김범석 의장의 가장 오래된 동반자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 NHN을 거쳐 쿠팡 창립 초기부터 합류했으며, 소셜커머스 플랫폼이었던 쿠팡이 초대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김 의장과 함께 이끈 핵심 멤버다. 박 대표의 강점은 빠른 실행력과 시장 감각이다. 그는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쿠팡의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설계하고 추진한 인물이다. 박 대표의 구상을 통해 쿠팡은 '배송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고, 배달, 콘텐츠 등 생활 전반을 어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박 대표의 전략은 쿠팡의 핵심 유료 서비스 '로켓와우'의 유지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배달·콘텐츠·마케팅이 결합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전략이 소비자의 락인 효과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쿠팡은 2024년 8월 와우멤버십 구독료를 월 4990원에서 월 7890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한쪽에서는 구독료 인상이 유료 회원 이탈의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인상 이후 유료 회원의 이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박 대표의 '락인'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쪽에서는 강 대표가 말하는 "현장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전문가"가 박 대표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장 중심의 전략가로서 실무와 경영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다.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왼쪽 두번째)가 2022년 12월14일 경상남도와 쿠팡의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확대 업무협약식에서 박완수 경상남도 도지사(오른쪽 두번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상남도> ◆ 확장과 내실의 조화, 두 사람의 리더십은 쿠팡 시즌2 어디로 끌고 갈까 쿠팡은 현재 '시즌2'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네이버와 양분하면서 시즌1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상황에서,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 확대가 다음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 문제와 사회적 책임, 수익성 기반의 신사업 구조 정비 등 국내에도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다. 강 대표와 박 대표의 쿠팡 각자대표이사 임기는 2026년 11월까지다. 두 사람의 연임 가능성을 현재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쿠팡의 다음 10년도 두 사람이 끌고 갈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쿠팡의 다음 10년을 설계해야 하는 과제는 주어져 있는 셈이다. 법률가, 경영전문가인 두 사람이 쿠팡의 시즌2를 어디로 이끌지 계속해서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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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성장의 아킬레스건 '노동문제', 김범석 근본적 변화 없으면 글로벌도 없다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지휘 아래, 쿠팡은 커머스뿐 아니라 배달(쿠팡이츠), 콘텐츠(쿠팡플레이)로 쿠팡의 사업 외연을 넓히며 종합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쿠팡은 여전히 '노동 문제'라는 과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사업현장 82곳 가운데 41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 적발, 4건의 사법처리, 53건의 과태료 부과 처분, 34건의 시정조치.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14일 발표한 쿠팡CLS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발표 내용이다. 쿠팡은 2024년 기준 연매출 4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40조 시대'를 열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커머스뿐 아니라 배달(쿠팡이츠), 콘텐츠(쿠팡플레이)로 쿠팡의 사업 외연을 넓히며 종합 플랫폼으로서 진화를 이어가고 있다. 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쿠팡은 여전히 풀지 못한 한가지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바로 '노동 문제'다. ◆ 반복되는 노동 문제, 해묵은 이슈 아닌 현재진행형 2020년부터 이어진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은 2024년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2021년 쿠팡 이천물류센터 화재 당시 안전불감증 논란,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 물류센터 직원 및 쿠팡맨 과로 논란 등 쿠팡의 노동 문제는 지속적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쿠팡은 일부 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일부 건에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고 내부 조치를 실시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의 노동환경을 둘러싼 사회적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국내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사실상 쿠팡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쿠팡은 2020년 이후 매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단골 손님'으로 불려나오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엄성환 당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부사장이, 2022년에는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법무부문 대표가, 2023년에는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2024년에는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와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환노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글로벌 진출 가속화, 그러나 '노동 문제'가 발목 잡을 수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글로벌 확장을 위해 대만에 두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 모델을 대만에 이식해 나가고 있다. 한차례 진출에 실패했던 일본 시장 역시 '쿠팡이츠'를 내세워 재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쿠팡의 글로벌 진출이 본격화될수록 국내에서 여러차례 비판받아온 쿠팡의 노동 문제가 국제적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현재 쿠팡이 진출해있는 대만은 1992년 한국-대만 단교 사태 등으로 반한감정이 극심했던 나라다. TSMC-삼성전자의 라이벌 관계, 중화사상 등을 기반으로 한국에 대한 경쟁의식이 강한 국가이기도 하다. 만약 국내에서 발생했던 쿠팡의 노동 관련 문제가 대만에서도 이어진다면 이를 계기로 대만에서 반한감정이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쿠팡의 잠재적 진출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은 북미·유럽 지역처럼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곳은 아니다. 하지만 식민 지배와 자원 수탈의 경험이 강하게 남아 있는 지역인 만큼 외국계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감시와 비판의 강도는 제도적 제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현지 소비자 정서 악화, 정치권의 압박, 현지화 실패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1월2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 관련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쿠팡의 고용구조, 장점이 많은 만큼 책임도 크다 쿠팡은 플랫폼 기업인 동시에 물류 기업이며, 물류 기업 중에서도 특이하게 '직영'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다.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외주화하지 않고 자체 고용하는 쿠팡의 구조는 빠른 의사결정, 노동자의 복지 보장이나 인력 관리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 문제가 발생하면 그 책임이 전적으로 기업에 집중된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쿠팡의 인력 고용 형태가 주로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이기 때문에 쿠팡의 노동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소비자들의 수도 많고, 이는 쿠팡의 노동 문제가 소비자 차원의 이미지 하락과 직결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 물류센터 건설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진출 대상 국가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환영받는다"며 "하지만 산업재해 등이 발생했을 때 현지 기업들보다 더 강력한 제재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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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연매출 40조도 배고프다, 해외진출 해답이 '대만'인 이유는 뭘까
-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40조 원 시대를 열었다. 김 의장의 눈은 이제 '글로벌'을 향하고 있다. <그래픽 씨저널> "CBEC(크로스보더 이커머스)가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성숙기에 접어든 이커머스 시장의 현주소와 도전 과제' 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다시 한 번 국내 유통업계의 기록을 새로 썼다. 2024년 기준 연매출 4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40조 시대'를 연 것이다. 영업이익 역시 6천억 원을 넘기면서 '규모 있는 성장'에 더해 '수익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사업뿐 아니라, 쿠팡이츠(배달), 쿠팡플레이(콘텐츠) 등 사업 다각화도 본격 궤도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의장의 시선은 '한계'에 향해 있다. '왜 쿠팡은 확장을 멈추지 않는가'라는 질문 뒤에는, 한국 내수시장이라는 구조적 제약에 대한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 한국에서 잘나가도 불안한 이유, '내수 시장의 한계' 쿠팡의 핵심은 로켓배송을 중심으로 한 이커머스 사업이다. 쿠팡은 자체적으로 구축한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른 배송과 직관적 사용자 경험을 앞세워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 이용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모바일 결제 등에 대한 수요와 인프라도 갖춰져있다. 이런 한국 시장의 특수성은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인구 5천만 명 수준의 제한된 시장 규모,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경쟁 구조는 쿠팡의 장기적 성장에 커다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업,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역시 로켓와우 회원 유지를 위한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쿠팡의 본질이 이커머스인 이상, 내수만으로는 장기적 확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 글로벌 확장의 기반은 대만, 성과도 가시권 들어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범석 의장은 가장 처음 일본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범적으로 시작한 이른바 '퀵커머스' 모델은 편의점 위주 소비 습관이 정착돼있는 일본에서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고, 결국 쿠팡은 일본 시장 진출 2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일본 다음으로 김범석 의장이 낙점한 곳이 바로 대만이다. 쿠팡은 현재 대만에서 두 곳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한국과 똑같은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쿠팡의 대만 사업은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 내에서 쿠팡 앱 다운로드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쿠팡Inc의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대만 로켓배송의 순매출은 전분기(3분기)와 비교해 23% 증가했다. 김범석 의장은 대만에서 한국의 성공이 재현되고 있는 이유로 이른바 '한국 플레이북'의 작동을 꼽았다. 물류 네트워크 기반 로켓배송, 유료회원제, 직관적인 UI와 UX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 의장은 2024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국에서 만들어낸 플레이북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대표 사례가 대만"이라고 말했다. ◆ 왜 대만인가, 쿠팡 모델에 최적화된 시장 구조 쿠팡의 로켓배송 모델은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뒷받침 돼야 한다. 핵심은 좁은 국토, 높은 인구 밀도, 수도권 중심의 소비구조다. 이런 지점에서 대만은 한국과 유사한 시장 특성을 지니고 있다. 수도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되어있고, 영문 위키피디아 집계 기준 인구밀도는 세계 17위인 한국보다 7계단이나 높은 세계 10위다. 온라인 쇼핑과 전자결제에 익숙한 디지털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다는 것 역시 한국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쿠팡에게 대만은 '두 번째 한국'인 셈이다. 대만은 쿠팡이 한국의 성공모델을 이식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장으로 꼽힌다. <그래픽 씨저널> ◆ 다음 타깃은 어디인가, '좁고 빠른' 시장에 집중될 가능성 쿠팡의 글로벌 전략은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형태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보다 '물류'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기 쉬운 국가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리스크도 적고 사업 성장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면 쿠팡 물류 사업의 다음 후보지 역시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국가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은 대만이나 한국처럼 도시의 인구밀도가 매우 높고 온라인 쇼핑 및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아직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완전히 점유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 등 소위 선진국 시장을 쿠팡이 아예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에서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대만이나 동남아시아 시장과는 다른 전략을 펼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2025년 1월14일 일본 미나토구에서 '쿠팡이츠' 사업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물류 사업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으로 일본 시장을 다시 뚫어보겠다는 것이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할인과 이벤트 등 쿠팡의 사업에는 '계획된 적자' 구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쿠팡의 대만 사업도 초기 적자를 감수하며 확장하고, 이후 그 확장을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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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인 미국에 SPC 제빵공장 짓는다, 노동문제와 ESG 한국처럼 접근하면 위험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미국 진출'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시에 1억6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래픽 씨저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무대는 미국 텍사스주 벌리슨이다. SPC그룹은 이곳에 1억6천만 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제빵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은 연면적 1만7천㎡(약 5200평) 규모로 건설되며 SPC는 이 공장을 2030년까지 2만8천㎡(약 8400평)로 확대해나갈 계획을 세웠다. 이 공장은 6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PC그룹은 이 공장이 이미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미국 사업에 생산·물류 효율을 더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2023년에 미국에서 4800만 개가 넘는 패스츄리(크로아상 등 여러 겹의 반죽이 겹쳐있는 과자), 200만 개가 넘는 케이크, 1400만 잔이 넘는 음료를 판매했다. 2023년 패스츄리의 판매량은 2022년의 2.3배에 이른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SPC그룹의 미국 제빵공장 건설을 걱정 섞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미국 제빵공장 건설이 단순한 사업 확장의 무대가 아니라, SPC그룹이 풀어야 할 숙제를 더욱 날카롭게 드러내는 시험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미국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노동 문제 훨씬 날카롭게 보는 곳 미국을 시장으로 접근했을 때와 비교해 미국에 '생산 기지'를 세울 때는 훨씬 많은 것을 살펴야 한다. 미국은 '노동'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부문에서 국내보다 훨씬 엄격하고 민감한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법은 우리나라의 노동법과 비교해 비교적 폭넓게 사용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편이지만, 문제는 노동부 산하의 연방직업안전보건국(OSHA)이다. 연방직업안전보건국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조사하고 벌금을 부과하거나 검찰에 기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조직이다. 문제는 OSHA의 벌금 부과 기준 중에 '고의성'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현장의 위험성을 알고도 방치했거나 고의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산업재해 발생시 천문학적 규모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손해배상의 규모를 판단할 때 실제로 발생한 손해에 더해 가해자의 고의성, 반사회성 등을 고려하는 제도다. 대표적 사례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슨의 베이비파우더 발암물질 소송이 있다. 존슨앤존슨은 현재 자사의 '베이비파우더' 제품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의혹을 받아 수천 건의 소송에 휘말려있다. 존슨앤존슨은 LTL매니지먼트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관련 소송들을 전담하도록 했으며 미국 법원은 이 소송들에서 존슨앤존슨이 피해자들에게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이 소송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최근 89억 달러(약 11조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내겠다는 배상안을 제시하는 한편 LTL매니지먼트의 파산 신청을 냈다. 소비자들은 LTL매니지먼트의 파산 신청이 소송을 고의적으로 중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강도 높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만약 이와 같은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했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벌금 등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기업이 커다란 재무적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2019년 6월30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첫번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 두번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세번째) 등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SPC그룹 > ◆ 미국 시장의 성공 조건은 '빵'이 아니라 '신뢰' 제도적 제제 뿐 아니라 사업적 측면에서도 SPC그룹의 이번 미국 공장 설립은 그룹의 안전 체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었는지 묻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미와 유럽은 윤리적 소비가 일상화된 시장이다. 기업의 ESG 성적표나 윤리 경영이 소비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기업에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가 단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로 끝나지 않고, 공공 조달 시장 진입 제한, 유통망 배제, 파트너사 이탈 등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SPC그룹은 2022년 사고 이후 노동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개선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사고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아 또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아직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시장은 SPC가 과거의 오명을 털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갖췄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SPC그룹이 미국 소비자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내재화하지 못한다면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오히려 새로운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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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후계자 허진수 허희수, 승자독식 승계와 형제경영 승계의 갈림길에서 뛴다
-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BU장 사장(왼쪽)이 2023년3월30일 서울 서초구 파리바게뜨 강남서초점에서 열린 '두번쫄깃 베이글' 체험 방문 행사에 참석해 타마라 모휘니 주한캐나다대사관 대사대리(가운데), 딘 디아스 캐나다 곡물협회 회장에게 베이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희수(喜壽)는 77세를 뜻하는 한자어다. 기쁠 희(喜)자의 초서를 파자하면 칠십칠이 되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949년생으로, 2025년에 희수를 맞이했다.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BU장 사장은 49세,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48세로, 둘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재계에서는 두 형제가 단순한 역할 분담을 넘어 구체적 로드맵을 통해 지배구조와 경영권 전반을 조율할 시점이 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장남은 글로벌 사업, 차남은 국내 신사업을 각각 책임지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의 경영 성과가 승계 구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진행 중인 지분 승계, 핵심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 SPC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회사인 SPC삼립은 이미 자녀들을 중심으로 지분 구조가 재편돼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허진수 사장이 16.31%, 허희수 부사장이 11.94%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영인 회장의 지분은 4.64%에 불과하다. 하지만 SPC그룹 지분 승계의 핵심은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다. 파리크라상은 오너일가가 지분 전체를 쥐고 있는 SPC그룹의 지주회사격 회사다. 그룹의 핵심 사업인 파리바게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2024년 감사보고서 기준 파리크라상 지분의 63.31%는 여전히 허영인 회장이 손에 쥐고 있다. 허진수 사장은 20.3%, 허희수 부사장은 12.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영인 회장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그룹을 이끌 미래의 얼굴이 결정되는 셈이다. 비알코리아는 SPC삼립의 주력 브랜드 배스킨라빈스31과 던킨도너츠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내 다른 회사들과 지분관계는 거의 없다. 비알코리아의 지분은 2024년 감사보고서 기준 오너일가(허영인 외 3인)가 지분 66.67%를 쥐고 있다. 비상장이면서 연매출이 7천억 원을 넘는, 그러면서 오너일가가 지분의 2/3을 쥐고 있는 회사인만큼 비알코리아는 SPC그룹 오너일가의 '자금줄'로 불리는 회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 오너일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비알코리아에서 474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SPC그룹 오너일가가 SPC삼립에서 5년 동안 128억 원, 파리크라상에서 같은 기간 190억 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을 살피면 상당한 규모다. 비알코리아 지분을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이 각각 어느 정도씩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알코리아의 이런 특수성 때문에 비알코리아의 지분구조가 앞으로 그룹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한쪽에서는 승계 구조 정리를 위한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된다. 파리크라상, SPC삼립의 지분을 허진수 사장이 허희수 부사장보다 많이 갖고 있는만큼 SPC삼립, 파리바게뜨 등을 중심으로 한 제빵 계열은 허진수 사장이 승계하고,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 등 외식·IT 계열은 허희수 부사장이 맡아 독립한다는 시나리오다. ◆ 허진수 vs 허희수, SPC의 '쌍두마차' 전략 현재 SPC는 글로벌 확장과 국내 신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허진수 사장은 글로벌 사업을, 허희수 부사장은 쉐이크쉑 등 국내 신사업의 확대를 각각 맡고 있다. 허진수 사장은 미국, 프랑스, 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 개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1억6천만 달러(약 2285억 원)을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에 대형 제빵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해외 매장 수를 계속 늘려나가고 있다. 2030년까지 북미 지역에 1천 개의 매장을 개설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북미를 핵심 시장으로 삼아 SPC그룹을 글로벌 식품 그룹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반면 허희수 부사장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의 신메뉴 개발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 쉐이크쉑 사업을 확대하는 등 국내 기존 사업의 리브랜딩과 신사업 발굴 등에 주력하고 있다. 허희수 부사장은 과거 마약 논란으로 한 차례 경영에서 물러났다가 2021년 11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뒤, 비알코리아 중심의 외식사업 재정비에 집중해왔다.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이 2024년 9월12일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된 '던킨 원더스 청담' 오픈 행사에서 신제품 '원더스 도넛'을 시식하고 있다. <던킨도너> ◆ 승계 관전 포인트는 결국 '성과' SPC그룹의 장남과 차남이 각자 다른 영역을 맡아 경영하고 있는 만큼, 맡은 영역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SPC그룹의 승계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승자에게 모두 물려주는 승자독식의 승계보다 각자의 영역에서 성과 기반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계열분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신세계 그룹이나 현대백화점 그룹처럼 '형제 경영' 체제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승계 과정에서 외부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SPC그룹은 최근 수년 동안 노동 문제, 브랜드 이미지 실추, 불매 운동 등의 리스크를 겪으며 여론의 많은 질타를 받았다. 때문에 승계 과정에서도 두 형제의 경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이행, 소비자 신뢰 회복, 리더십 이미지 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PC그룹이 현재 공식적으로 승계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승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며 "허영인 회장의 구속 이후 경영 전면에 나선 두 아들의 역할이 계속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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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인 배임 혐의 무죄 받았지만 더 중요한 재판 남았다, SPC '반노동' 이미지 어떻게 하나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은 남아있다. <그래픽 씨저널> 한 건의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한 건의 형사재판이 남아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걸려있는 '사법 리스크' 이야기다. 대법원은 최근 허영인 회장이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확정했다. 허영인 회장은 SPC그룹의 계열사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낮은 가격에 SPC삼립에 매각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이 행위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봤다. 하지만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은 모두 이 행위에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SPC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진짜 중요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 허영인 회장의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허 회장은 2021년 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 소속 조합원 570여 명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종용하고 2021년 5월에는 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정성평가 점수를 낮게 줘 승진에서 탈락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씻기지 않는 SPC의 '반노동' 이미지 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강도 높은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사고 직후에도 생산을 강행한 모습이 알려지며 SPC그룹을 향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불매운동'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피 묻은 빵'이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문제는 이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씌워졌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왔다는 데 있다. 사망사고 전후로도 SPC그룹은 노동자 과로사, 산재 은폐 의혹, 노조 탄압 논란 등에 반복적으로 휘말려 왔으며 허 회장의 '노조 와해 의혹' 재판 역시 이 연장선상에 있다. 허 회장은 2022년 10월 제빵공장 사망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2022년 10월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2023년 8월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서 2024년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SPC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의 피해자 수는 502명에 이른다. ◆ 잃어버린 SPC그룹의 '기업 이미지', 사회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SPC그룹은 식품업이라는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식품에 요구되는 기본적 신뢰, 안전, 위생은 물론 그룹의 윤리성 역시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오랫동안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있는 남양식품 역시 식품의 위생이나 안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오너일가의 윤리성 측면에서 소비자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쪽에서는 SPC그룹 불매운동이 단기간에 벌어진 해프닝에 불과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된 2022년 이후 SPC삼립의 실적은 뚜렷한 정체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SPC삼립의 연결기준 매출은 3조4279억 원으로 2023년보다 0.15% 감소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2년 매출과 비교하더라도 2년 동안 3.42%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2.7% 수준에 머물고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4년 2월2일 증여세를 회피하려 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팔도록 지시한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허영인의 숙제, '법' 아닌 '사회'와의 관계 한쪽에서는 SPC그룹과 허영인 회장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민심'리스크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SPC그룹은 소비자와 직접 맞닿아있는 B2C 기업이고, 소비자와 시민사회는 법적 무죄보다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리더십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민단체와, 소비자,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SPC에 구조적 개선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SPC삼립이 3월말 출시한 '크보빵(KBO빵)'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크보빵이 SPC그룹의 빵이라는 사실을 공유하며 불매해야 한다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SPC삼립의 매출 정체가 반드시 불매운동 때문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라며 "다만 SPC그룹의 이미지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굉장히 악화된 상태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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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방산 유럽 방산기업의 안마당 지키기 뚫는다, 김동관 "NATO 신뢰받는 협력자 되겠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24년 10월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을 방문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에 대한 환영행사에 참석한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 현지 방산기업들이 안마당을 지키기 위한 장벽을 쌓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유럽에서 방산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김 부회장은 2024년 10월25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3사업장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 방문 환영 기념행사에서 폴란드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신뢰받는 협력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분기점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비롯한 한국 방산기업의 유럽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최근 유럽 현지의 방산기업들의 견제도 강화돼 주목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한 유럽 주요국들은 방위산업 주권 강화를 위해 공동개발 및 공동조달 체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한국산 무기체계의 시장 진입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유럽방위청(EDA)은 지난해 연례보고서에서 유럽산 무기 공동조달 확대를 핵심과제로 꼽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비유럽연합 지역으로부터 무기공급 의존을 줄이려는 정책방향을 공식화했다. 방산물자 조달 과정에서 유럽우선주의와 공동표준을 도입하면서 비유럽산 무기체계 도입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전차(MGCS)와 전투기(FCAS) 같은 유럽내 공동개발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경계할만 하다. 독일은 2024년 12월부터 방산수출 전담기관인 '무기수출지원청'을 신설할 구상을 갖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독일과 프랑스의 유럽우선주의 원칙은 유럽 안의 나라들의 방산물자 구매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꿈꾸는 이른바 '한국의 록히드마틴'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력 방산제품인 K9 자주포를 도입하려고 검토했던 크로아티아가 프랑스 세자르의 자주포와 독일 라인메탈의 레오파트 전차 도입을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더구나 지난해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영접했던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의 임기가 올해 8월 만료돼 한화그룹으로서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의 반독일성향 법과정의당(PiS) 소속인데 정권이 교체될 경우 한화그룹과 폴란드의 협력관계가 흔들릴 가능성이 나오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유럽 현지에 방산물자 생산시설을 짓거나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유럽기업으로 인정받는 경영전략을 꾸려가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는 이유도 이런 일련의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WB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대안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하지만 일부 유럽연합 회원국은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은 방산업체의 입찰을 배제하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다가 유럽에 생산시설을 두더라도 높은 인건비와 강력한 노동규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이런 어려움을 순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
Who 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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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 공격적 인수합병·기술투자로 미래동력 집중, 정체된 그룹 성장 반등은 과제 [2025년]
- 김남정은 동원그룹의 회장이다. 참치산업을 넘어 동원그룹의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73년 1월21일 서울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2남2녀 가운데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동원산업에 입사한 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F&B를 거쳐 동원산업과 동원시스템즈의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했다.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 부본부장으로 근무하다 2011년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10년만인 2024년 회장에 올랐다.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인수합병 10여 건과 기술 투자를 진두지휘했고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조용하고 소탈하다. 꼼꼼한 업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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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제우스 대표이사
- 엔지니어 출신 오너 2세, 임직원 배려 정도경영 중시 [2025년]
- 이종우는 제우스의 대표이사다. 황하섭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이사로 제우스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용 로봇간 시너지 창출로 장기적 성장기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1971년 9월5일 이동악 제우스 창업주의 1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공과대학 전자·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1998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전자부품 회사 MACOM에서 테스트 디자인 엔지니어로 출발해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Magme Design Automation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의 Cadence Design Systems에서 제품개발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귀국해 부친이 경영하는 제우스로 들어와 7년간 경영수업을 마치고 2011년 41세에 제우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제우스를 글로벌 엔지니어링 회사로 변모시키고자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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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더핑크퐁컴퍼니 대표이사
- '상어가족' 만든 캐릭터 IP 기업 창업주, 글로벌 시장 공략 집중 [2025년]
- 김민석은 더핑크퐁컴퍼니의 대표이사다. ‘상어가족’으로 유명한 캐릭터 기반 콘텐츠 IP(지식재산권) 기업 더핑크퐁컴퍼니의 창업주다. 글로벌 시장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1981년 4월10일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이사 회장의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넥슨과 NHN에서 게임개발과 서비스기획을 하다가 2008년 조부가 세운 삼성출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출판사에서 모바일 앱을 만들면서 영유아 콘텐츠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독립해 스마트스터디(현 더핑크퐁컴퍼니)를 창업했다. 핑크퐁, 아기상어, 베베핀, 씰룩 등의 캐릭터 IP를 크게 히트시키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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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 마케팅 역량 높은 오너 2세, 유동성 위기로 애경산업 매각 추진 [2025년]
- 채동석은 애경산업의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에이케이홀딩스, 애경자산관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1964년 5월18일 서울에서 채몽인 애경그룹 창업주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2001년 AK&F 대표이사로 애경그룹에 첫발을 들여놓은 뒤 애경그룹 유통, 부동산개발부문 부회장을 거쳤다. 2017년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2024년 선임된 김상준 대표이사 부사장과 애경산업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마케팅에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루나와 에이지투웨니스를 애경산업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로 키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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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 2년 만에 사장 승진한 전략기획 전문가, 역대 최대 실적 새로 써 [2025년]
- 이규복은 현대글로비스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고 있다. 스마트물류 솔루션과 배터리 리사이클링(재활용) 등 신사업 추진으로 기업가치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1968년 4월25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 낙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프랑스 판매법인장, 미주 지역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장을 지냈다. 2023년 현대글로비스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재무·해외판매 기반 전략기획 전문가다. 현대차에서 ‘수익성 중심 해외권역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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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원 코웨이 대표이사 사장
- 넷마블 출신 코웨이 인수통합 마무리, 업계 첫 '매출 4조' 이끌어 [2025년]
- 서장원은 코웨이 대표이사다.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후 통합작업을 마무리지었으며 대표이사를 맡아 업계 첫 매출 4조원을 이끌었다. 1970년 5월8일 태어났다. 서울 여의도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코네티컷주립대학교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귀국해 법무법인 세종에서 선임변호사로 근무했다. 2015년 방준혁이 영입해 넷마블에 합류한 뒤 퍼즐 장르 세계 2위 개발사 잼시티와 미국 게임사 카밤 등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넷마블문화재단 이사장을 거쳐 투자전략·커뮤니케이션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2020년 코웨이 인수 후 CFO, 각자대표이사 부사장, 사장에 이어 2023년 1월 단독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매출 1조 원을 넘긴 말레이의 성과를 발판으로 동남아지역과 유럽·일본 등 신규시장 개척에 힘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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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및 컴투스 이사회 의장
- 경쟁사 인수해 사세 키운 모바일게임 1세대 창업자, 전략적 투자로 사업영역 넓혀 [2025년]
- 송병준은 컴투스홀딩스의 이사회 의장이다.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의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콘텐츠·플랫폼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를 통한 사업 영역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1976년 1월8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피츠넷(현 컴투스홀딩스)을 설립해 피처폰용 모바일게임 개발에 매진했다. 사명을 게임빌로 바꾼 후 경쟁사이자 모바일게임의 ‘쌍두마차‘로 불리던 컴투스를 인수해 사세를 키웠다. 위지윅스튜디오 같은 콘텐츠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컴투스의 핵심 수익원인 ‘서머너즈워’, ‘컴투스 프로야구’ 지식재산(IP) 확장과 다른 지식재산 확대를 통한 신규 라인업 발굴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뚝심이 있고 승부사 기질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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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소신 뚜렷하고 추진력 강해, 의정갈등 해결에 부심 [2025년]
- 이주호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취임 35일 만에 자진 사퇴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을 제외하면 윤석열 정부의 사실상 첫 교육부 수장이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대통령 없는 정국 아래 교육부를 이끌고 있다. 쌓여 있는 교육개혁 과제들과 함께 의정 갈등을 해결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1961년 2월17일 경상북도 칠곡에서 태어났다. 대구 청구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로 KDI와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직업교육, 고용정책을 다루며 교육 전문가로 거듭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며 교육정책을 주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2022년 11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다. 성과를 중시하며 교육은 자율과 경쟁에 바탕을 둬야 한다는 소신을 지녔다. 꼼꼼하고 추진력이 강하지만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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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
- 돌파력 강한 제일제당 출신 인사전문가, 시설투자·해외시장 확장 주력 [2025년]
- 신영수는 CJ대한통운의 대표이사다. 시설설비와 첨단 물류기술에 대한 투자로 우위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한다. 미국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인도법인(CJ다슬) 현지 증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1966년 10월28일 태어났다. 서울대 농업교육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제일제당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CJ오쇼핑으로 자리를 옮겨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CJ제일제당으로 복귀해 인사팀장, 인재원 부원장, BIO 인사지원실장을 거쳐 2019년 CJ피드앤케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CJ대한통운에서 택배·이커머스 부문 대표이사, 한국사업 부문 겸 글로벌사업부문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2024년 2월 CJ대한통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의욕적이며 돌파력과 추진력이 강하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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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면 자화전자 대표이사 회장
- 국산화 집념으로 기술개발 성공 매출 6천 억대 회사로 키워, 2세 승계 속도 [2025년]
- 김상면은 자화전자의 대표이사 회장이다. 아들 김찬용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자화전자를 이끌고 있다. 미국 애플 등 신규 거래처 확보와 생산능력 확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1946년 2월10일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났다. 청주기계공업고등학교를 나와 한양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풍산금속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KAIST(한국과학기술원) 연구원, 경북대학교 재료공학과 강사 등을 거쳐 1981년 자화전자를 창업했다. 이후 2012년 자화전자 대표이사 회장에 올랐다. 일 중독자로 불릴 정도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스스로를 경영자라기보다 엔지니어로 불려지길 원한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PTC Thermistor를 자체 기술로 국산화했다. 자석 분야 원천기술력을 앞세워 사업영역을 지속 확장하며 메출 6천억 대의 자화전자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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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화학 업황 위기에 LG화학 신학철의 선택, 고부가 '스페셜티' 강화
- LG화학은 1분기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실적 대부분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돼 본업인 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약 9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런 1분기 실적을 통해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 부회장은 한국화학산업협회장으로서 정부에 산업 구조조정과 고부가 소재 중심 전환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며 업계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실행안 마련이 늦어지고 있으며,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 역시 고부가 소재 분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소재 강화로 앞서 나가려 하지만 중국의 석유화학 기업도 기초 소재를 만드는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며 "민관이 힘을 모아 연구개발 강화 등으로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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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 유심 해킹사고 인지 후, 24시간내에 보고하지 않았다
- SK텔레콤이 해킹 공격을 처음으로 인지한 시점이 당초 보다 하루 빨랐고 24시간 내에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SK텔레콤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18일 오후 6시9분 사내 시스템 데이터가 의도치 않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다. SK텔레콤은 같은 날 오후 11시20분 악성코드를 발견해 해킹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 날인 19일 오전 1시40분 데이터 유출 여부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19일 오후 11시40분 분석 22시간 만에 해커가 악성코드로 유심 관련 일부 정보를 유출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후 SK텔레콤은 20일 오후 4시46분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해킹 공격 사실을 신고했다. 최초 인지 시점인 18일 오후 6시부터 KISA 보고 시점인 20일 오후 4시까지 모두 45시간의 차이가 나고, 해킹 공격으로 판단한 18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해도 만 하루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최 의원실에 따르면 KISA에서도 SK텔레콤이 24시간 내 해킹 공격을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침해사고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침해사고 발생 일시, 원인 및 피해 내용 등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나 KISA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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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 유심보호 서비스 안내 시작, 가입하면 로밍 차단 주의
-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고와 관련해 추가적 안전 조치를 원하는 가입자를 위한 '유심보호 서비스(무료)'를 가입 안내를 시작했다고 23일 밝혔다. SK텔레콤은 22일 가입자 유심 관련 일부 정보 유출 의심 상황을 공개한 후, T 월드 홈페이지를 통해 유심보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유심보호 서비스는 타인이 가입자의 유심 정보를 복제 또는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통신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서비스다. 공지 하루 만에 7만2천 명이 유심보호 서비스를 신규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은 유심보호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이날부터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가입 권장 메시지(MMS)를 순차 발송한다. 다만 유심보호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로밍 서비스가 차단될 수 있다. SK텔레콤은 상반기 중 유심보호 서비스를 가입한 상태에서도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을 세웠다. 회사 측은 "유심보호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절차도 효율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며 "현재 유심안심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 로밍 서비스를 해제해야 하는 제한이 있는데 이러한 불편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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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그룹 향한 소비자 신뢰 회복의 분기점, 허영인 진짜 중요한 재판 남았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최근 대법원에서 계열사 주식을 저가로 매각해 증여세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사건과 관련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무죄 판결로 SPC그룹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글로벌 확장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진짜 중요한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직 허영인 회장의 '노조 와해 시도'와 관련된 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2022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망사고 이후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불감증 문제와 관련해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왔다. 허영인 회장과 SPC그룹, 그리고 허영인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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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리니지"라던 김택진 결국 또 리니지, 엔씨소프트 '프로젝트 NL' 성공 가능성은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다시 '리니지' IP를 전면에 내세우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자사 채용공고를 통해 '프로젝트 NL'의 개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프로젝트 NL은 리니지 IP 기반의 차세대 3D MMORPG로,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해 제작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을 총괄했던 이성구 CBO 산하 조직에서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2021년 '리니지W'를 '마지막 리니지'라 언급하며 리니지의 집대성을 선언했지만, 이후 내놓은 비(非)리니지 신작들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포스트 리니지' 전략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쓰론앤리버티', '블레이드앤소울2' 등의 부진과 지난해 1092억 원 영업적자는 리니지 회귀의 배경이 됐다. 현재도 하반기 '아이온2'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신작이 없는 상황이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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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그룹 승계 나설 시간 왔다, 허영인 두 아들 허진수 허희수 어떻게 정리될까
- [채널Who]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1949년 생으로, 2025년에 희수(77세)를 맞이했다.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글로벌BU장 사장은 49세,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은 48세로, 둘 모두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SPC그룹이 경영 승계에 나설 시간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은 각각 SPC그룹의 글로벌, 국내 사업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SPC그룹의 장남과 차남이 각자 다른 영역을 맡아 경영하고 있는 만큼, 맡은 영역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SPC그룹의 승계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SPC그룹의 승계,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부사장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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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부터 유류세 인하율 축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 오른다
- 정부가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까지 연장한다. 다만 유류세 인하율은 일부 축소해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40원, 경유 값은 46원 현재보다는 오른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 연장에 관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를 거쳐 5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기재부는 '유가 및 물가 동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의 환원을 추진하되, 국민의 유류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일부 환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은 기존 15%에서 10%로 낮아진다. 경유 및 액화석유가스(LPG)부탄에 대한 인하율은 기존 23%에서 15%로 줄어든다. 휘발유의 경우 현재 리터(ℓ)당 122원, 경유는 133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47원의 가격 인하 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82원, 경유는 87원, LPG 부탄은 30원의 세부담이 경감된다. 결과적으로 리터당 휘발유는 40원, 경유는 46원, LPG 부탄은 17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일부 환원에 따라 가격 인상을 이용한 매점매석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석유제품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하고 석유제품의 반출량을 제한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판매를 기피하거나 특정 업체에 과다 반출하는 행위 등도 금지된다. 또 기재부, 산업부, 국세청, 관세청 등은 협업해 매점매석 행위를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다. 석유관리원과 소비자원 및 각 시・도는 매점매석 행위 등에 대한 신고 접수를 올해 7월 31일까지 받는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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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온스타일 호실적에 찬물 뿌리는 CJENM 엔터 부문, 윤상현 돌파구 찾기 악전고투
- 윤상현 대표는 2024년 말부터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을 전담하게 됐지만, 첫 분기(2025년 1Q) 성적표가 기대치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는 230억 원으로, 석 달 전 예상치 대비 100억 원가량 하락했다. 유진투자·현대차증권 등은 윤상현이 맡고 있는 엔터 부문의 부진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미디어플랫폼 티빙의 네이버 멤버십 제휴 종료 여파로 가입자 이탈과 영업손실(추정 –165억 원)이 확대된 것이 핵심 악재다. 영화·드라마 라인업도 부진해, 300억 원을 투입한 '하얼빈'은 손익분기점(650만 명)을 크게 밑돌았고 스튜디오드래곤 신작도 흥행에 실패했다. 1조 원에 인수한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도 작품 공급 감소로 적자가 예상된다. 음악 사업이 소폭 흑자(30억~50억 원)로 체면을 세웠지만, 엔터 부문 전체는 여전히 커머스 부문의 호실적에 찬물을 끼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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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H 올해 첫 행복주택 예비입주자 모집, 전국 49개 단지 6174호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첫 행복주택 예비입주자 모집을 시행한다. LH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 49개 단지에서 행복주택 예비입주자 6174호 모집을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은 의왕 고천 등 18개 단지 1521호, 비수도권은 양산물금 등 31개 단지 4653호이다. 수도권 지역은 21일부터, 비수도권 지역은 28일부터 단지별 공고가 순차적으로 개시된다. 청약 접수는 29일부터 단지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자격검증 절차를 거쳐 예비 입주자로 선정되면 공실 발생까지 일정 기간을 대기한 뒤 차례로 입주할 수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 계층과 고령자, 수급자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임대 조건은 시세의 80% 이하 수준이며 공급유형별로 10년에서 최대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3월31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2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세대는 모집 호수의 30% 안에서 우선 공급받을 수 있다. LH에서는 매년 5차례에 걸쳐 전국 단위로 행복주택과 국민임대주택의 예비입주자 정례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3월14일 진행된 국민임대주택 예비입주자 모집 결과 모두 359개 단지 2만5천 호 모집에 7만 명 가량이 신청했고 수도권은 평균 경쟁률 6.4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행복주택 공급물량은 단지별 여건에 따라 일부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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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매운동의 아이콘으로 오너경영 막 내린 남양유업, 새 주인은 믿을 수 있을까
- [채널Who]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 분유 생산으로 업계를 이끌던 기업이었지만,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리스크 대응 실패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를 시작으로 반복된 논란과 허위광고로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결국 경영권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넘어갔다. 홍 전 회장은 계약 파기 및 소송전 끝에 회장직과 명예를 모두 잃었다. 한앤컴퍼니는 지배구조 개편과 주력사업 강화, 외식브랜드 백미당 분사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우유 소비 감소와 수입 무관세 확대 등 시장 환경은 여전히 어렵다. 사모펀드 특성상 단기 수익 추구로 인해 구조조정 우려도 존재한다. 다만 한앤컴퍼니는 다른 사모펀드와 달리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제고에 방점을 찍는 행보를 보여왔다. 남양유업이 다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재도약을 이룰 수 있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진행 : 윤연아]